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하락세(원화 강세)를 지속함에 따라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최근 내년도 평균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낮춰 잡는 작업에 들어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30일 발표할 '하반기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 전망치 잇따라 하향 삼성·LG·현대 등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로 정부 목표치(5%)에 훨씬 못미치는 3%대 후반∼4%대 중반을 제시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22일 내년 성장률이 3.7%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9월 중순 내년 성장률을 각각 4.1%,4.5%,4.4%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를 제외한 이들 민간연구소의 전망치는 모두 환율 급락세가 본격화되기 전에 나온 것들이어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내달 초순께 발표할 2005년 수정 경기전망에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4.4%에서 4.1% 정도로 낮출 방침이다. 내년도 평균 환율 전망치를 당초 1천1백14원에서 1천20원 정도로 떨어뜨린 데 따른 것.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도 9월 전망 당시 환율 전망치를 1천1백원대로 가정했었던 만큼 성장률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성장률 3%대 추락 가능성 한국은행에 따르면 여타 경기변수들이 불변인 것을 전제로 할 경우 연간기준으로 환율이 1%포인트 하락하면 경제성장률은 0.0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월1일부터 이달 26일까지 두 달이 채 못되는 기간에 10.0% 하락했다. 이 추세가 1년간 지속된다면 수출감소 등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둔화될 것이란 얘기다. OECD는 30일 발표 예정인 '하반기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당초 5.9%로 잡았던 한국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은은 올해 3·4분기보다는 4·4분기 경기가 더 하강하고,그보다는 내년 상반기 경기가 더 좋지 않을 것으로 내부 분석하고 있다. 한은은 오는 12월 9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최근의 환율 급락세로 인해 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하향 수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지난 3·4분기 성장률이 4.6%로 하락한 점과 최근의 환율 급락세를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성장률이 '3%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배상근 연구위원은 "올해 1·4분기와 2·4분기 성장률이 각각 5.3%와 5.5%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내년 1·4분기와 2·4분기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6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민간소비가 내년에도 살아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는 장기불황 진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