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이 주요 기업의 내년도 사업계획 환율인 달러당 1천50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산업계에 '제2의 구조조정 한파'가 밀려들고 있다. 그동안 환율 움직임을 주시하며 내년도 사업계획 확정을 미뤄오던 기업들은 더 이상 사업계획상 환율의 하향 조정이 무의미하다고 보고 고강도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경영계획)'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내년도 예산은 총 인건비와 인력을 올해보다 줄이거나 동결키로 한다는 원칙 아래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작성한다는 계획이다. 28일 산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환율 1천50원이 힘없이 무너지자 '1달러=1천원'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올 것으로 보고 환율 1천원 이하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이기로 했다. 환율 폭락에 대한 기업들의 충격이 예상보다 크다는 점에서 이번 구조조정은 외환위기 직후와 맞먹는 규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장(전무)은 "환율 1천50원선 붕괴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고통을 수반하는 원가절감 노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도 "환율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최상의 노력은 혁신을 통해 원가를 낮추고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삼성 계열사들은 올해의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인건비를 동결하는 한편 지원조직의 인력을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지난 26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불과 한달 사이에 원화 환율이 80원이나 떨어져 그간 성장동력이 돼 왔던 수출의 수익성마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면서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마음으로 특단의 원가절감 대책을 강구해 불요불급한 비용 지출을 경기회복 때까지 금해 달라"고 당부했다. LG전자 포스코 등 올해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둔 대기업들도 위기관리 차원에서 내년 사업부별 예산을 대폭 줄여잡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LG전자는 전 임직원이 비용을 절감하자는 취지에서 통제가능 경비는 최대 20%까지 줄이도록 방침을 정했다. 포스코도 사업집행 예산을 10% 감축키로 했으며 GM대우 등은 내년 상반기까지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 이익원·조일훈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