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경비 절감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서기로 한 것은 피부로 느끼는 생존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조를 이어가던 세계 경제가 한풀 꺾이면서 수출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되는 시점에 설마했던 환율까지 급락, '1달러=1천원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중장기적인 수익 기반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또다시 고강도 구조조정 한화그룹 관계자는 "외환위기 직후 생존 차원에서 벌였던 사업구조조정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상황"이라며 "환율 1천원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은 우선적으로 철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3∼4년 전부터 환율 1천원 수준을 염두에 두고 체질 개선에 주력해 온 삼성전자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해외 가전 사업은 과감히 철수하는 쪽으로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자동차 내수 시장 침체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이란 판단에 따라 직영 판매망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판매 관리비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는 직영점을 방치할 경우 자칫 중장기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내수 판매난을 감안하면 오래 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돼 온 내수 영업조직 개편 논의를 마냥 미룰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수입차 업계의 내수시장 공략이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보고 직영점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특단의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 중이다. 당초 올해 내수 판매목표를 71만대로 잡았던 현대차의 올 판매 실적은 61만대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올해 사상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포스코도 고용안정을 전제로 인력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경쟁사인 신일본제철과 JFE스틸 등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포스코의 원가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경쟁력 우위를 지키기 위해 분사 및 아웃소싱을 통해 인력 감축노력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구조조정과 경영 쇄신 차원에서 연말 대규모 물갈이성 인사를 단행키로 하고 막바지 인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내년 사업 예산은 감축 혹은 동결 환율 하락 직격탄은 각 기업 사업단위별 예산을 짜는 데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율이 1백원 떨어지면 삼성전자는 1조원,현대차는 6천억원가량의 매출영업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단기 대책마련 차원에서 삼성 등은 총인건비 지출 동결을 검토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본격 돌입했다. 현대차는 내년 사업예산을 제로 베이스에서 짜도록 지시했다.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올해보다 고정비를 낮춰 짜도록 각 부서에 지침을 줬다. 내년 TV 이미지 광고를 중단키로 결정한 것도 이 같은 취지에서다. 포스코는 사업 집행 예산을 평균 10%씩 줄이되 3개월 단위로 예산 편성 계획을 나눠 세우도록 지침을 내렸다. 삼성SDS는 소비자 물가상승률 내,업무 효율이 개선되는 범위에서 임금을 올린다는 방침을 정했고 매출과 연동되지 않는 비용은 원칙적으로 전년 수준으로 동결키로 했다. GM대우도 내년 상반기까지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중단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혁신 또 혁신 환율이 계속 떨어질 상황에 대비한 혁신 활동은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삼성·LG전자는 휴대폰과 LCD분야에서 갈수록 원가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설비 자동화율을 끌어올리는 투자에 나설 움직임이다. 또 혁신 활동이 경영 수지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평가,인사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또 협력업체의 생산 효율을 끌어올려 원가를 낮추는 노력도 한층 강도높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 GM대우 등 차 메이커들은 공장별로 조립 효율을 높이는 개선활동을 더욱 강도 높게 벌이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체들은 환율하락으로 채산성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고 내년 생산성 향상 목표치를 한 단계 높여잡고 있다. 이익원·정태웅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