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중수 KTF 사장 cso@ktf.com > 최고경영자(CEO)가 되고부터 근무 시간의 절반은 현장에서 보내려고 노력한다. 경영은 기업의 주인인 고객과 주주·직원을 위한 것이고,주인이 있는 곳에 경영의 답이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 가서 직원들과 모여앉으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내가 이 문을 나갈 때 뚜껑이 열리게 해 달라."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실제 내 모습일까? 아니다. 좌우가 바뀌어 있다. 또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으면 평소에 듣는 것과 달리 낯설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평소에 듣는 실제 자기 목소리 그대로다. 스스로 느끼는 자기 모습은 실제 자신과 다르며,남이 보는 모습이 진짜 자신이다. 사람이 발전하려면 스스로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남에게 받는 '피드백'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피드백,우리 말로는 되먹임.시스템에서 자기 제어,정정을 위해 결과의 일부를 입력으로 되돌리는 것을 뜻한다. 나는 근무지를 떠날 때 개인적으로 피드백을 받는다. 작은 조직일 때는 직접 개개인에게,조직이 커진 후에는 공식적인 시스템을 통한다. 십 수년 전 자료도 버리지 않고 계속 보는데,재미있는 것은 문제점은 계속 똑같이 지적된다. 그럼 피드백이 무의미한가? 아니다. 타고난 스타일이야 어디 가겠느냐마는 노력에 따라 90%는 못 바꿔도 10%는 바뀐다. 또 못 바꾼 90%도 본인이 알고 모르고는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나는 쓴소리 해 주는 사람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문제점을 알고도 말을 해주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그 사람 책임이고,해 줬는데 안 고치면 내 책임'이라고 말한다. CEO가 되기 전 상사들에게도 듣기 싫은 소리를 즐겨했다. 싫은 소리 듣고 기분 좋을 사람 없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경영학에서 기본적인 관리 기법으로 'PDC(Plan Do Check) 사이클'을 꼽듯,경영에 있어서도 피드백은 매우 중요하다. 피드백을 정확히 받기 위해 나는 현장에서 뚜껑을 열리게 해달라고 한다. 현장에 나가 보면,특히 나를 부끄럽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 오너가 없는 분산된 지배구조를 가진 회사의 경영자로서 나도 주인의식이 있다고 자부하지만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주인의식이 투철한 직원들이 그들이다. 그들이 몸소 보여주는 피드백은 나에게 개인 오너 없이도 얼마든지 강력한 오너십이 가능하다는 자신감과 투명한 선진 지배구조를 성공시켜 한국 기업사에 중요한 피드백을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을 일깨워 준다. 그런 자리에서 문을 나설 때면 나는 내 부탁과 달리 뚜껑이 아닌 가슴이 시원하게 열리는 것을 느낀다. 피드백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