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과 금융기관 사이에 개인 신용정보 교환이 이뤄지지 않아 4천여명의 신용불량자가 주민등록번호를 바꿔 새롭게 금융대출을받은 것으로 29일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5-7월 실시한 `기업여신 신용평가시스템 운용실태'에 대한 감사에서 지난 1998년부터 올 5월까지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한 신용불량자 7천578명 가운데 4천58명이 모두 1천195억원의 신규 대출을 받은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법무사 부모(경기도 안성시)씨는 지난 1999년부터 지금까지 3차례나 신용불량자로 등록됐음에도 불구하고 4차례에 걸쳐 주민번호를 바꾸는 수법으로 법망을 빠져나갔으며, 그간 3억7천만원의 누적채무에도 불구하고 신용불량 대상에서 제외됐다. 감사원은 또 2천999명이 2개의 주민번호를 이용해 각기 다른 사람인 것처럼 금융기관으로부터 중복 대출을 받은 사실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옛 주민번호로 545억원의 대출을 받고도 새 주민번호로 또다시 967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이밖에 옛 주민번호상 신용불량자인 387명(신용불량금액 111억원)이새 주민번호로 262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561명(신용불량금액 219억원)이 새 번호로 영리성 사업을 하고 있는데도 이들에 대한 채권 추심이 이뤄지지 않는문제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생년월일 착오 등의 이유를 대고 법원의 판결을 받으면 주민번호를 변경할 수 있는 점을 이들이 악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통상부와 금융기관의 정보공유 협조미비로 해외이주자의 대출금이 제대로 상환되지 않은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 1998년부터 올초까지 외교통상부에 해외이주신고를 한 7만4천695명 가운데 4천431명이 신용불량자로서, 이들 중 2천789명이 고의로 2천362억원의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고 출국했다고 밝혔다. 한편 감사원은 전국은행연합회가 운영하는 `기업신용거래 정보망'에 542개 금융기관이 보낸 7만5천477건의 기업 여신정보가 각종 오류로 인해 누락, 기업정보 인프라로서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우리은행과 중소기업은행이 2001년 이후 신용평가시스템을 활용해`불량기업'과 `우량기업'을 구분하기보다는 부동산임대업, 음식점업, 목욕탕업 등에대해 담보 위주의 대출을 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내은행들이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을 개발했으나, 지난해말 은행의 거래 기업체 가운데 이 시스템이 적용된 업체는 53.5%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화영기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