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의 정기국회 회기내(내달 9일)처리가 사실상 물건너 갔다. 국회 예산결산특위내 결산심사소위원장 배분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다툼으로 심의 일정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여야는 29일 원내대표 회담 등을 통해 소위원장을 어느 당이 맡을 것인지를 놓고 집중 조율을 벌였지만 진통을 거듭했다. 예결특위에서의 예산안 심의는 최소 보름정도 걸린다. 따라서 회기내 예산안 처리가 불가능하게 되고,정기국회 이후 임시국회 소집이 불가피해졌다. ◆여야 힘겨루기=여야는 이날 하루종일 결산소위원장직을 놓고 대립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결산소위원장 자리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이 문제는 (지난 9월)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여당이 소위원장을 맡기로 만장일치로 처리된 사안"이라며 "한나라당이 의결사안을 뒤엎고 있다"고 비난했다. 열린우리당 소속 정세균 예결특위 위원장도 "예·결산안 심의관련 소위원장은 여당이 맡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여당이 예결특위 위원장과 계수조정소위원장,결산소위원장을 독식해선 안된다"며 강력 반발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이 오히려 합의관행을 깨고 결산소위까지 맡는다고 해서 이런 사태가 왔다"며 "집권 여당이라면 예산을 정상 처리하기 위해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독선적인 언행으로 야당의 반발을 유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결산소위원장이든,계수조정소위원장이든 둘 중 하나를 야당에 양보하면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는 김원기 국회의장의 주선으로 회담을 가졌으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에따라 예결특위 전체회의가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렸지만 본격 심의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회기내 처리 물건너가=심의 일정상 법정 기한인 내달 2일까지는 물론이고 내달 9일 정기국회 회기까지 예산안이 처리되기는 물리적으로 힘들다. 예결특위에선 정부를 상대로 한 정책질의가 6일간 예정돼 있고,그 이후 계수조정 소위에서 예산안 심의는 최소 7일가량 소요된다. 당장 30일부터 본격 심의에 들어간다 해도 주말에 국회가 열리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달 중순께 가서야 예산안 처리가 가능하다. 정세균 위원장은 "정기국회내 처리는 어렵다. 내달 15일까지 꼭 예산안 심의가 마무리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마저 지켜질지 의문이다. 한나라당은 7조5천억원 이상을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고,열린우리당은 4조5천억원 이상의 증액을 추진하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서다. 이재창·홍영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