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이익 치중..'공적 개념' 희박 .. 국내은행 외국인 임원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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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블럼 뉴브릿지캐피탈 공동회장,스티븐 롱 씨티그룹인터내셔널 최고경영책임자,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물로 통하는 이들 3인은 각각 제일은행,한국씨티은행,외환은행의 등기임원을 겸하고 있다.
물론 상근(상임)이사는 아니다.
분기마다 1회 이상씩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해 주요 경영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멤버로 활동하고,경영진(집행임원)에 대한 감시와 통제 등 사외이사의 역할까지 맡고 있다.
이들 세 은행의 이사회 멤버 중 외국인 이사의 비중은 제일은행 81%(16명 중 13명),외환은행 66%(9명 중 6명),한국씨티은행 61%(13명 중 8명) 등 모두 절반을 넘는다.
또 이들 외국인 이사는 대부분 사외이사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기업은 사외이사 수를 50% 이상 둬야 한다'는 법 규정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이사들의 면면을 보면 마치 '주주들의 모임'으로 착각을 불러올 정도다.
제일은행의 경우 리처드 블럼 뉴브릿지캐피탈 공동회장을 비롯 데이비드 보더만(뉴브릿지캐피탈 공동회장) 웨이지안 샨,폴 첸(뉴브릿지캐피탈홍콩 임원) 다니엘 캐롤(뉴브릿지캐피탈 집행임원) 등 5명의 사외이사가 뉴브릿지캐피탈 사람들이다.
론스타가 최대주주인 외환은행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사외이사 4명 가운데 3명이 론스타의 현직 임원들이다.
이달에 출범한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외국인 사외이사 5명 전원이 씨티그룹 최고위급 임원들로 짜여져 있다.
3명의 상근 외국인 이사 역시 씨티은행 출신들이다.
즉 3개 외국계 은행은 경영진과 이들을 견제하고 통제해야 할 이사회 멤버들이 모두 최대주주의 내부인사로 구성돼 있는 셈이다.
따라서 모든 경영판단이 '주주이익 극대화'란 잣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으며 전체 금융시장의 발전,나아가 국가경제 발전 등과 같은 '공적개념'은 희박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국내은행의 외국인 이사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29일 발행된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은행의 외국인 이사에 대해 거주요건을 부과하고 외국인 수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외국인이사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국내 전문지식이나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도 국내 감독상의 특성이나 은행분야에서의 고려사항들은 존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관련,금감원 관계자는 "싱가포르처럼 은행의 내국인 이사비중을 50% 이상 두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재영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 연구원은 "가장 모범적인 사외이사는 경영진과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 "주주대표들이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외국계은행 사외이사는 "주주들이 원하는 사람을 사외이사로 뽑아 이들로 하여금 경영진을 견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 아니냐"면서 "외국계 은행에서 내국인이 더 독립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 규정을 개정하면 어쩔 수 없이 따라야겠지만 자칫 외국자본이 국내에 진출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