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 소송'으로 알려진 경부고속철 천성산 구간에 대한 공사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사건에 대해 법원이 또다시 각하 및 기각결정을 내렸다. 한국철도시설공단측은 이에 따라 30일부터 천성산 터널공사를 재개키로 했다. 그러나 환경단체측은 대법원에 재항고하겠다고 밝혀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게 됐다. 부산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김종대 부장판사)는 29일 도롱뇽과 도롱뇽의 친구들,내원사,미타암 등이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사건에 대해 각하 및 기각결정을 내렸다. 이번 선고는 '확인되지 않는 환경파괴'보다는 '대형 국책사업의 중단 없는 시행'쪽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터널 부근의 지하수 맥과 무제치늪이나 화엄늪의 직접 수원이 되는 지하수 내지 지표수는 신청인들의 주장과 달리 상호연결돼 있지 않을 개연성이 훨씬 높아 터널공사가 무제치늪이나 화엄늪 등의 고산늪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터널 길이가 13km를 넘는 장대터널이고 시공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지질 상태를 만날 개연성도 있어 신청인들의 주장처럼 터널 붕괴 및 지하수 유출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단정할 수 없지만 발생 개연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터널 공사 중단으로 고속철 완전개통이 미뤄지면 연간 2조원에 가까운 사회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는 데 반해 이번 공사가 한도를 넘는 위법한 환경이익의 침해행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재판부는 신청인 중 하나인 도롱뇽에 대해서는 "외국의 하급심에서는 특이한 판결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연물에 대한 소송 당사자 자격 여부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며 각하를 결정한 1심 판결을 확인했다. 철도공단측은 이날 법원통보를 받고 곧바로 공사재개를 위한 현장조치를 취한 뒤 30일 본격적으로 북측 터널시점부터 굴착공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공단측의 터널공사는 지난 8월26일 중단된 이후 96일만에 재개된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측은 "재판부가 진심어린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 실망스럽다"며 대법원에 재항고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민행동 등 환경단체들은 개발 반대운동은 중단 없이 지속하겠다고 밝히고 있고,청와대 앞 단식농성을 위해 지난 28일 서울로 출발한 지율 스님은 법원의 결정에 항의하는 단식농성을 다시 시작할 것으로 알려져 개발추진측과 환경단체측의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겨놓고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 [ 천성산 터널 논란 일지 ] ▲92년 6월 = 경부고속철도 1단계 착공 ▲94년 11월 = 환경영향평가 및 협의 ▲2002년 2월 = 천성산 화엄늪 습지보호지역 지정. ▲6월1일 = 경부고속철도 2단계 대구~부산간(1백18.3km) 착공 ▲12월4일 = 노무현 후보, 천성산 터널 백지화 등 공약. ▲2003년 2월5일∼3월14일 =지율 스님 1차 단식농성. ▲9월19일 = 정부 원안대로 공사강행 결정 ▲10월15일 = 고속철 천성산 관통저지 대책위,공사금지 가처분신청 제기. ▲12월2일 = 천성산 구간 공사착공. ▲2004년 4월9일 = 울산지법,가처분신청 각하 및 기각. ▲8월25일 = 정부,항고심 판결 때까지 공사 중단 약속.공사 중단. ▲11월29일 = 부산고법,가처분신청 항고심 각하 및 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