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ASEAN)+3(한·중·일)정상회의에 참석중인 노무현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3국 회담을 갖고 국제외환 시장에서 공동 대응키로 한 것은 다소 의외의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당초 북핵문제의 해법에 의제가 집중되면서 경제문제는 뒤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달러 약세,공동대응=노 대통령이 이날 먼저 환율문제를 꺼낸 뒤 공동대응을 제안한 것은 한·중·일 3국 중 미국 달러화 약세(원화가치 상승)가 가장 급격한 곳이 바로 한국이어서 다급한 형편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관계자의 설명이다. 3국 정상회담에 배석한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서울에서) 회담을 준비할 때는 환율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 스스로 환율문제를 꺼내기로 마음먹고 외교·안보 채널이 아닌 다른 참모진으로부터 정책공조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은 "환율의 안정이 중요하며,이 문제는 한국만의 현안이 아니라 3국에 모두 해당되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특히 한국과 일본의 환율이 빠르게 절상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동아시아 지역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역설했다. 이에 고이즈미 총리는 강한 톤으로 공조 필요성을 공감하면서 "전문가들에게 후속조치를 맡기자"고 즉각 한발 더 나아갔다. 다만 원 총리는 달러와 고정환율제인 중국 위안화 운영정책을 길게 설명하면서 다소 논점에서 벗어나는 듯한 발언도 했으나 전체적으로 공동 대응에는 명확한 공감대를 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3국 외환시장 정책담당자들과 환시장의 주요 주체들간의 구체적인 협의방향과 공조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보좌관은 "정상들이 환율에 공동대응하기로 합의한 것만으로도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의미가 큰 협의 의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미 이어 한·중·일도 북핵공조=북한핵 문제와 관련,노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외교적 해결'이라는 큰 원칙 아래 △6자회담의 조기재개를 위해서는 관계국들의 노력이 필요하며 △북한은 핵 폐기에 관한 전략적 결단을 조속히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6자회담의 정체국면을 조속히 타개하고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나가자는 점에 대해서는 원 총리와 고이즈미 총리도 공감을 표시해 4차 6자회담이 조만간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앞서 칠레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같은 원칙을 설명하면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둔 터여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군다나 북한도 최근 노 대통령의 로스앤젤레스 연설 등 이후 상당히 전향적인 입장인 것으로 분석돼 대체로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그러나 불투명한 북한의 태도가 여전히 변수이다. 비엔티안(라오스)=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