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오름세를 계속하던 골프장 회원권 값이 큰 폭으로 하락,국내 경제도 골프장 등 부동산 거품 붕괴로 본격화됐던 '일본형 장기불황'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세청은 내달 1일 고시될 전국 1백35개 골프장의 2백57개 회원권 기준시가가 지난 8월 정기고시 때보다 평균 9.1% 떨어졌다고 29일 발표했다. 국세청은 매년 2,8월 골프장 회원권 기준시가를 정기 고시하고 있는데 이번엔 시세 급락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처음으로 별도 조사를 통해 고시하게 됐다. 골프장 회원권 평균 기준시가는 지난해 8월 정기고시 때 0.5% 하락했었지만 이번처럼 큰 폭으로 하락하기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김광정 국세청 재산세과장은 "최근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양도소득세와 상속·증여세의 과세표준이 되는 기준 시가보다 회원권이 싸게 거래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세금 부담을 호소하는 민원이 많아 별도 조사를 벌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2백57개 회원권 중 1백69개의 가격이 하락했고 83개는 보합세를 보였다. 가격이 오른 것은 5개에 불과했다. 특히 가격상승세를 주도했던 경기지역 회원권 기준시가는 10.8% 떨어져 하락세가 가장 컸다. 또 주5일 근무제 확대 실시 등으로 인해 급상승하던 가족 회원권과 여성 회원권의 기준시가가 각각 13.3%와 16.5%씩 떨어지는 등 모든 종류의 회원권 기준시가가 하향 조정됐다. 골프장별로는 레이크사이드(경기 용인) 일반 회원권이 6억1천2백만원에서 5억1천3백만원으로 9천9백만원 떨어져 낙폭이 가장 컸다. 캐슬렉스(경기 하남)는 일반 회원권이 6천6백50만원에서 4천6백50만원으로 30.1% 하락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에서 금융 완화로 풀린 돈이 주택과 골프장 등 부동산으로 몰렸다가 90년대 초 거품이 꺼지던 상황과 유사하다"며 "연착륙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