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일요일.


친구에게 전화를 걸려고 저장된 번호를 검색한 K씨는 깜짝 놀랐다.


휴대폰에 저장된 지인들의 번호가 다 삭제되고 없는 것이다.


비밀번호가 걸려 있어 자신 외에는 다른 사람이 임의로 삭제할 수도 없었다.


K씨는 지인들의 전화번호를 일일이 다시 물어보고 입력하느라 엄청난 시간을 낭비해야 했다,


모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B씨.어느 날 중요 고객으로부터 '왜 자꾸 알 수 없는 이상한 문자를 보내느냐'는 항의를 받았다.


자신은 문자를 보낸 적조차 없는데 고객은 B씨의 번호가 분명히 찍혀 있다고 말한다.


답답해 하고 있는 B씨.


이번에는 친구 가족 동료 등 그의 휴대폰에 번호가 저장되어 있는 사람들로부터 같은 항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상황은 멀지 않은 미래에 '실제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감염된 PC를 이용해 휴대폰으로 무차별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트로이목마 프로그램인 '델프(Delf)'가 등장했다.


지난 6월에는 컴퓨터뿐 아니라 모바일폰에도 웜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심비안(Symbian)이라는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에 감염되는 '카비르(Cabir)'라는 웜이었다.


지금까지 휴대폰의 오작동을 유발하는 버그가 발견된 적은 있지만,휴대폰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웜이 발견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단말기에 심비안 OS의 버전이 6.1 이상이고 블루투스 기능이 있어야 카비르 웜이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큰 피해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초의 휴대폰용 웜의 전파력이 약하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첫 포문이 열렸기 때문에 악성 코드 제작 기술을 계속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국민의 필수품이 된 휴대폰과 곧 도래할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환경에서의 보안문제는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에서는 안철수연구소SK텔레콤,안랩유비웨어가 공동으로 휴대폰 전용 백신을 지난해 4월 처음으로 개발했으며 올해 4월에는 위피(WIPI)용 휴대폰 백신인 'V3모바일'을 개발해 8월부터 네이트를 통해 무료 서비스하고 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