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달러 미국에 약인가? 독인가?.. 문제는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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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약세는 미국에 약인가 독인가?
최근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미 달러가치의 추락이 과연 당사국인 미국 경제에 좋은 것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 약이다=존 스노 미 재무장관과 전통적인 무역이론을 따르고 있는 사람들의 견해다.
이들은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 미국의 수출은 늘고 수입은 줄어 경상적자 해소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경제분석예측 기관 글로벌인사이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나리만 베라베시는 "약달러는 미국 경제에 분명 도움이 된다"며 "달러화 약세는 앞으로 1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회사 핌코의 이사 폴 맥컬레이는 "달러약세로 인플레 압력이 커지지만 미국은 순채무국이고 인플레이션은 채무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달러 약세가 미국에 득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이 인플레이션의 고통을 겪는 것보다 다른 국가들이 통화절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약달러 정책을 지지했다.
이들은 지난 19일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달러약세 발언도 "미국은 계속 약달러를 밀어붙일 테니 괜히 어설프게 환율 방어를 해봐야 소용없다"는 다른 나라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고 해석한다.
◆미국에 독이다=달러 약세가 잠시 경상적자 해소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는 주장이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볼프강 문초는 '평가절하→경상수지 개선'이라는 구닥다리 공식은 이제 맞지 않으며 달러 약세는 달러자산 가격의 폭락만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사설에서 "약달러가 가속화되면 미국으로부터 급속히 자금이 빠져나가고,이는 인플레이션과 주식 채권 시장의 붕괴를 가져온다"고 경고했다.
신문은 약달러의 무역적자 해소 효과도 물가상승으로 대부분 희석된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앤디 시에 역시 "약달러 정책은 물가만 올려 놓고 재앙으로 끝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UC버클리의 모리스 옵스트펠드 교수는 "경상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저축률을 끌어 올려야 하며 평가절하만으로는 경상적자를 줄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린스펀 의장의 달러약세 발언은 "달러의 평가절하를 통한 경기부양을 고집하면 미국이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경고였다"고 해석한다.
◆문제는 속도=약달러의 부작용에도 불구,미국이 약달러를 용인하는 까닭은 단기간 내 달러의 '대폭락'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은행들과 외국인 투자가들이 기축통화인 달러자산을 무한정 내다 팔지는 않을 것이라 게 미국의 생각이다.
씨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 커닛 쇤홀츠는 "달러의 하락이 급히 진행되지 않는 한 미국에는 해로울 게 없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가 "미국 외 중앙은행들이 앞으로 수년간 점진적으로 자국 통화를 평가절상해야만 위기를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외환시장 특유의 높은 변동성에 투기세력까지 가세할 경우 '단기적인 달러폭락→미 금리급등→미 증시붕괴→미국발 세계공황'이라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미국은 양날의 칼을 쥐고 있는 셈이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