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국내 은행들의 외국인 이사 선임과 관련,그 수를 제한하고 일정한 거주요건을 부과하겠다는 뜻을 피력하면서 잔잔한 논란이 일고있다. 특히 외국인들은 외국자본의 국내투자에 대한 민족주의적 정서(nationalist anguish)가 표출된 것 아니냐(파이낸셜 타임스)며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그런 시각에서만 볼 일은 아니다. 물론 제한하는 사실 자체만 놓고 보면 외국인들이 미묘하게 반응할 소지도 없지 않다. 하지만 선입견을 배제하고 그 배경을 이해하려 들면 수긍이 가는 점도 적지 않다. 우선 윤 위원장의 언급내용 가운데 "외국인 이사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국내 전문지식이나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대목은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이 당연한 지적이다. 시비가 일 수 있다면 "외국인 투자자도 국내 감독상의 특성이나 은행분야에서의 고려사항들은 존중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 역시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주주이익 극대화는 마땅히 존중돼야 하지만 전체 금융시장의 안정이라든지 국가 경제발전이라는 측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는 한국만 그런게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한국의 경우는 후자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주요 은행들이 외국자본에 넘어가면서 그로 인한 부작용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침체기일 수록 경기회복을 위한 금융의 선도적 역할이 요구되지만 지금은 은행들이 실물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단적으로 기업금융을 외면하는 현실이 그렇다. 실물경제가 살아야 금융산업에도 이익이 된다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외국인 지배구조와 수익지상주의적 경영행태하에선 그런 것을 기대하기가 솔직히 어렵다. 8개 시중은행 등기이사의 35.6%가 외국인이다. 그중에서 제일은행은 81%,외환은행은 66%,씨티은행은 61%에 이르고 있다. 당국이 외국인 이사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그런 점에서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 미국 등에서 비슷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다만 유의할 것은 이런 움직임이 자칫 금융시장 개방에 대한 후퇴라든지 보호주의로의 회귀로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국제금융 관행이라든지 외국인투자자들의 의견을 널리 참고해서 국제금융시장의 오해를 사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