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과 오는 2006년말까지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키로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블록화'에 대응하는 발걸음에 한결 힘을 받게 됐다. 아세안은 유럽연합(EU),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더불어 세계 3대 지역경제블록으로 일본 중국 등 주변 경제대국들로부터 'FTA 러브콜'을 받고 있는 곳. 한·아세안 FTA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동남아시장으로 분산시키는 지렛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10개 회원국의 지난해 교역규모는 6천8백80억달러로 세계 10위권에 들었다. EU와 NAFTA에 비해서는 아직 4분의 1수준에 불과하지만,오는 2007년까지 역내 관세를 모두 철폐키로 하는 등 자유무역 확대의 고삐를 죄고 있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3회의'에서 아세안 정상들은 오는 2020년까지 EU와 같은 단일시장인 '아세안 공동체(ASEAN Community)'를 창설키로 합의,동남아 시장 선점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주도권 다툼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아세안과 오는 2010년까지 상품관세를 철폐키로 하는 등 한국보다 한발 앞서온 상황이었다. 일본은 오는 2012년 발효를 목표로 내년부터 일·아세안 FTA 정부 간 협상을 벌이되,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과는 개별 FTA 협상을 따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이처럼 'FTA 요충지'로 떠오른 아세안 시장 공략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협상속도를 높여 2006년 협상타결,2007년 협정발효를 목표로 정했다. 협정발효 시점 기준으로 중국과 일본보다 3∼5년 앞서는 셈이다. 정부는 협정발효 이후 오는 2009년까지 전체 교역의 80%(품목 수 기준)를 무관세화하고 2015년까지 무관세 교역 비중을 96%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아세안 FTA가 체결될 경우 장기적(5년 이후)으로 국내총생산(GDP)은 3.01%,수출은 연간 1백18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저가 전자제품과 연간 6억달러에 달하는 농산물 수입이 한·아세안 FTA체결로 급증할 것으로 보여 산업 비교우위 품목 선별과 농산물의 단계적 관세 철폐가 향후 협상에서 쟁점화될 전망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