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의 전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급속히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고유가 영향이 본격화되는 한편 민간소비의 전반적 부진이 경제성장 둔화의 핵심요인으로 지적됐다. 한국의 내년 성장률도 크게 하향조정됐다. ◆주요국 내년도 성장률 일제히 하향조정=OECD는 30일 발표한 '2004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주요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세계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지난 5월 상반기 전망보고서에서는 내년 성장률을 3.7%로 전망했으나 이를 3.3%로 낮춰 잡았다. 이는 올해 전망치(4.4%)보다 1.1%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일본도 내년 성장률이 올해 4.0%에서 2.1%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 역시 당초 2.8%에서 크게 하향조정됐다. 반면 독일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2개국)의 내년도 성장률은 올해보다 0.1%포인트 높은 1.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유로존의 이같은 수치도 5월 전망치(2.4%)보다는 크게 낮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OECD 30개 회원국의 평균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3.6%에서 2.9%로 하향조정됐다. OECD는 이같은 성장률 둔화 요인으로 무엇보다 고유가 영향을 꼽았다. 고유가가 소비 생산 등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의 역동성이 위축됐다는 지적이다. OECD는 이와 함께 가계소비의 부진도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크게 낮아짐에도 불구,OECD 회원국의 성장모멘텀이 결정적으로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최근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어 고유가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내년성장률 4.5%로 추락 전망=OECD는 한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4.5%로 크게 낮춰 잡았다. 이는 지난 5월 전망치(5.9%)보다 무려 1.4%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올해와 2006년 성장률은 각각 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OECD는 한국경제의 성장률 하향조정에 대해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가계의 신용거품으로 인해 민간소비가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특히 지나친 신용카드 규제완화로 인해 신용불량자들이 양산된 후유증으로 최근 민간소비가 급격히 줄고 있으며,임금상승률 둔화와 부동산 가격의 하락도 내수부진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향후 내수가 살아나면서 2006년에는 5%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비교적 낙관적 의견을 제시했다. OECD는 한국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노동시장 유연성,신용카드 문제의 해결을 꼽았다. 또 국내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통화팽창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