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돈 버는 법] 향기를 파는 남자 '에코노미스트' 김영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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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때우는 사업도 전략이 필요하지요."
방향제 항균제 허브액 천연살충제 등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에코미스트'의 김영호씨(39).
그는 동대문 지점장 명함을 갖고 다니지만 사실 동대문에 그의 사무실은 없다.
그는 기업체 사무실,관공서,병원,도서관,음식점,교회,사찰,국회,아파트 등 곳곳을 찾아다니며 각종 생활용품을 파는 무점포 방문판매업자이다.
본사에서 받는 향기제품은 물론 공기청정제 세정액 물비누 1회용품 청소용역등 수백가지 상품과 서비스를 취급한다.
그래서 동료들 사이에 그는 '돌아다니는 백화점' '1인 기업'으로 불린다.
김씨는 대학 졸업 후 영업맨으로 줄곧 활동했다.
맨 처음 한 일은 보험영업이었고 두 번째 직업은 건설기자재를 설비회사에 파는 일이었다.
지금 하는 무점포사업은 97년에 손을 댔다.
"찻집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향기제품을 파는 사람이 가게주인에게 수금해가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했지요.
그러나 수중에 돈이 없었습니다.
창업자금은 고사하고 빚만 6천만원 안고 있던 시절이었죠."
본사에 찾아가 외상으로 물건을 달라고 졸랐지만 거절당했다.
김씨는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장사가 안돼 문닫기 직전인 점주들만 찾아가 재고품을 팔아주겠다고 제안했다.
팔고나서 물건 대금을 주고나니 절반은 마진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미친듯이 돌아다녔더니 하루 매출이 2백만원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다.
건강한 몸과 설득력있는 언변이 그가 가진 무기의 전부였다.
2년 뒤인 99년,드디어 정식으로 본사와 가맹계약을 맺었다.
가맹점주가 되고 난 뒤 첫 작업은 주력 영업구역을 정하는 일.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청담동을 활동무대로 병원,기업체 사무실,관공서를 1차 타깃으로 잡았다.
이들 거래처의 공통점은 수입이 일정하고 결제가 확실하다는 것이었다.
"제 영업 철칙 1호는 바로 결제가 확실한 곳을 철저히 공략한다는 것입니다.
결제를 제때 하지 않는 거래처가 많으면 자금운용에 애를 먹게 되거든요.
결국 힘만 들고 오래 버티지 못하게 됩니다."
아무도 손대지 않은 신규 거래처 개척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최소한 하루 10군데는 새 고객으로 확보해야 사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대학도서관을 새 거래처로 확보,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보통 대학도서관의 열람실,자료실,사서실,박물관 등에는 고서들이 많아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기 일쑤다.
대학은 또 연간 예산을 한 번에 집행하는 관행이 있어 사업자 입장에선 최고의 거래처다.
국회의원 사무실,법원,관공서,방송국 등 일반인에게 문턱이 높은 곳들이 그에겐 '황금시장'이다.
이런 곳을 뚫지 못하는 한 무점포사업은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씨의 경우 국회의원 사무실 1백군데에 방향기기를 설치,관리했다.
이 과정에서 청원경찰에게 끌려나온 적도 있었다.
요즘 그는 타워팰리스 등 고소득층이 밀집한 아파트단지들을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아무리 비싼 아파트라도 욕실 하수관 악취에는 속수무책이기 때문.하수관을 세척하는 세정액과 함께 방향제,허브액,물비누 등을 한꺼번에 팔 수 있는 좋은 '장터'인 셈이다.
김씨에게 점포란 거추장스러운 짐일 뿐이다.
휴대폰 3개와 PDA 1개,각종 샘플과 자료를 담은 가방 하나로 한 달 매출 2천만원을 거뜬히 넘긴다.
"내년 상반기엔 아무도 손대지 않은 교회나 사찰을 공략할 겁니다.
대충 잡아도 2억원 이상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본사 (031)977-2500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