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매점들의 대목이라는 연말 세일이 부진하게 출발했다. 소비자들의 신뢰지수도 4개월 연속 하락,판매 호조를 낙관하기 어렵게 됐다. 뉴욕의 민간경제조사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30일 1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90.5로 전월의 92.9 보다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3월 88.5를 기록한 후 8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며 4개월 연속 하락한 것이다.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조사센터의 린 프랑코 소장은 "소비자들이 1년 전보다 연말 소비를 늘릴 의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년 초 경제가 활력을 띨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와코비아의 지나 마틴 이코노미스트는 "신뢰지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향후 몇 개월 안에 소비가 둔화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현재는 태양이 비치고 있지만 지평선엔 구름이 끼어있는 꼴"이라고 평가했다. 소비자신뢰지수 하락과 고유가로 인해 연중 최대 세일의 출발을 알리는 추수감사절 휴일의 판매 동향이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립적 조사기관 존슨 레드북의 11월 소매판매지수는 1년 전에 비해 2.9% 오르는 데 그쳤다. 당초 예상치는 3.5%였다. 국제쇼핑센터위원회는 추수감사절 휴일이 들어있는 11월27일까지의 1주일간 소매 체인점 판매가 전 주에 비해 오히려 1.5% 줄었다고 발표했다. 민간소매판매 조사기관 쇼퍼트랙도 추수감사절 다음날(11월26일)의 판매는 1년 전에 비해 10.8%나 늘었지만 다음날부터 부진으로 돌아서 그 주말 전체의 판매는 2.9%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표들은 연중 판매량의 25%를 차지하는 올 연말 세일이 작년보다 늘어날 수는 있어도 그다지 화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가들의 전망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월가의 분석가들은 올 연말 세일 증가율이 작년 5.1%보다 낮은 3∼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었다. 특히 세계 최대 소매점 월마트는 11월 판매가 당초 2∼4%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가 0.7% 증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판매를 늘리기 위해 대대적 가격 할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이날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해 다우는 47.88포인트 떨어진 10,428.02,나스닥은 10.06포인트 떨어진 2,096.81을 기록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