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증권관련 집단소송법과 관련,일부 의원들이 과거분식회계에 대한 집단소송제 적용을 2년 연기하자는 개정안을 제출하는 등 과거분식 사면 문제를 둘러싸고 국회에서 논란이 한창이다.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단체들도 이에 관한 청원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이지만 제도보완이 절실하다고 본다. 집단소송제도가 그대로 시행되면 수많은 기업들이 소송사태에 휘말리고 결국 생존위기에 부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집단소송제의 파괴력이 어떠한지는 미국의 거대 석유기업 엔론과 담당회계법인이었던 아더 앤더슨이 하루아침에 파산한 사실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도 매년 수 백개의 미국기업들이 회계문제로 집단소송에 휘말려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미국은 오히려 집단소송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을 제외한 어떤 선진국도 도입하지 않고 있는 제도를,그것도 부작용을 방지할 기본적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시행에 들어가게 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대차대조표는 회사 설립 이후의 역사가 모두 담기는 만큼 투명성을 가지려면 과거의 분식회계는 어떤 식으로든 털어내야 한다. 더구나 과거의 분식회계는 정경유착 등에 따라 관행적으로 이뤄져 오던 것으로 기업들로서도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다. 이를 전적으로 기업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무리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증권거래법이나 외부 감사에 관한 법 등 기존 법률로도 과거 분식에 대한 처벌은 가능하기 때문에 집단소송법은 시행 이후의 행위에만 적용하고 과거의 잘못은 스스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재계의 요구는 타당하다. 집단소송제 도입의 근본목적은 과거의 잘못을 끄집어내 처벌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퇴로를 닫아놓은 채 법을 시행해 멀쩡한 수많은 기업을 하루아침에 공중분해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