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무대에서 조선시대 궁중연회가 그대로펼쳐진다.


전통춤과 판소리, 그리고 고조선부터 오늘날까지 한국 역사를 춤으로 압축한 작품도 선보인다.


2000년부터 궁중연회 재현행사를 열어온 한국전통문화연구원(원장 인남순)은 9일 파리 유네스코 본부 대극장에서 마련하는 `코리언 판타지' 공연에서 조선 중기궁중연회인 `진풍정(進豊呈)'과 함께 종묘제례악, 판소리, 살풀이, 북춤 등을 선보인다.


이어 12일 샹젤리제극장에서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의 영혼'이라는 제목으로 조선시대 각종 궁중연회를 30분짜리로 압축한 공연물과 함께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시대별 주요 한국춤을 보여준다.


`진풍정'이란 정조(正朝, 새해)와 동지(冬至), 그밖에 국가와 왕실에 경사가 있을 때 왕실 구성원과 조정백관이 왕실의 웃어른에게 예물과 찬품(饌品), 치사(致詞),악무(樂舞)를 갖춰 일정한 의식절차에 따라 축하하고 헌수(獻壽)하는 잔치를 말한다.


이번에 재현하는 진풍정은 인조가 즉위 8년(1630)에 대왕대비(인목대비)를 위해열었던 잔치로, 이 자리에는 주인공인 대왕대비를 비롯해 왕비, 세자빈 등 여성은물론 왕과 왕세자 등이 참석해 대왕대비에게 술과 음식, 공덕을 치하하는 글을 올리는 순서로 진행된다.


인남순 원장은 프랑스 국립도서관 지하서고에 있는 외규장각 의궤 약 300종 가운데 유일하게 진풍정에 관해 기록하고 있는 `풍정도감의궤(豊呈都監儀軌)'의 복사본을 바탕으로 행사를 재현했다고 밝혔다.


의궤(儀軌)란 의식(儀式)과 궤범(軌範)을 합친 말로 `의식의 모범이 되는 책'이란 뜻. 국왕의 혼례, 세자책봉, 왕실의 장례, 궁궐건축, 궁중연회 등 국가나 왕실에서 거행한 주요 행사를 기록과 그림으로 남긴 보고서 형식의 책이다.


인 원장은 "그간 국내에서만 했던 궁중연회 재현행사를 처음으로 외국서 하게됐다"며 "진풍정의 고증 근거인 `풍정도감의궤'가 있는 파리를 첫 장소로 택했다"고의미를 설명했다.


1611년, 1624년, 1630년의 진풍정에 관한 기사를 포함하고 있는 `풍정도감의궤'는 임진왜란(1592년)부터 병자호란(1636년)까지 16세기말-17세기초의 궁중문화및 공연예술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문헌으로, 다른 전적들과 함께 병인양요(1866년)때 프랑스군에 의해 약탈당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인남순 원장을 비롯해 구윤국(종묘제례악 준보유자. 경북대 교수), 김중섭(처용무 준보유자. 국립국악원 전예술감독), 안숙선(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이오규(용인대 교수. 가곡 준보유자), 황규자(한양대 무용과 교수), 강미선(한국체육대 무용과 교수) 등 중진ㆍ중견급 예술인을 포함해 총 80여 명이 무대에 오른다.


한국전통문화연구원은 2000년부터 뉴욕 카네기홀, 시카고 오디토리엄 시어터,도쿄(東京)문화회관 등 외국 유명 극장에서 `세계로 도약하는 한국문화 5천년'이란주제로 공연을 펼쳐왔으며 내년에 베를린 국립가극장, 2006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등에서 공연 일정이 잡혀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종호 기자 yesn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