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세계는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여년간 세계 경제는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해 왔지만,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돌입함에 따라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올해보다는 저조한 4.2%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1월에 실시되는 이라크 총선은 중동지역 안정과 국제유가의 향방을 가늠짓는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것이며,5월 영국 총선은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세번째 임기를 부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은 디플레이션의 수렁에서 마침내 빠져나오게 되지만,중국은 거품 붕괴를 우려해야 하는 시점이다. 특히 선진국 경제는 엄청난 민간.공공부문 부채로 인해 소비 감소와 경기 침체를 걱정해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2005년의 세계(The World in 2005)'에서 이같이 내다봤다. 한국경제신문은 이를 '2005 세계 대전망'이란 이름으로 번역, 한국어판을 다음주 초 발간한다. ◆나노 기술이 새로운 성장 견인차=2005년은 나노 기술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가 정부를 앞지르는 첫번째 해가 된다. 나노 기술을 응용한 실용 제품도 대거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 나노튜브를 이용,40시간 연속 사용이 가능한 노트북 PC가 일반화되며,'자가 세척' 기능을 갖춘 유리창과 땀을 아무리 많이 흘려도 냄새가 나지 않는 셔츠도 시장에 선보이게 된다. 나노 기술이 차세대 '핵심 기술'로 급부상함에 따라 누가 기술을 소유하고,누가 혜택을 보며,어떤 정책이 펼쳐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국제유가는 안정세 되찾아=이라크 등 중동지역 긴장이 완화되면 국제 유가는 서서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원유 생산량은 연 평균 2.8%의 증가율을 기록,수급 불안이 진정되는 시나리오를 상상해 볼 수도 있다. 석유시장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분석한다. 석유에 대한 대안으로 석탄이 다시 인기몰이를 하게 되며 석탄을 연료로 하는 청정기술도 새롭게 등장한다. 중국에서는 33억달러 규모의 '석탄 액화 프로젝트' 공장 건설이 끝나 연 1백만t가량의 석탄을 석유제품으로 바꾸는 꿈을 실현시키게 된다. ◆자동차,공급과잉으로 가격 하락=세계 자동차 산업의 생산설비 과잉은 25∼30%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가격은 떨어지고 각종 인센티브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뿐 아니라 도요타 현대 등이 가세,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게 된다. 고유가에 대한 공포 때문에 연료 소비가 많은 레저용 차량은 인기가 퇴색할 것으로 보이며,고연비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급증한다. 자동차가 도난당할 경우 e메일이나 전화 통화만으로도 시동을 꺼버리고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2005년은 자동차 도둑들의 '일감'이 크게 줄어드는 한해가 될 것이다. ◆휴대폰 시장 성장 지속=휴대폰 시장은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게 된다. 2005년 말이 되면 세명 중 한명 꼴로 휴대폰을 소유하게 되며,일반 유선전화는 설 자리가 거의 없어진다. 유·무선 통신망 통합은 더욱 가속화되며 통화료 하락은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된다. 비디오 전화기가 상용화돼 실시간으로 영상을 주고받게 되지만 소비자로부터는 별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다. 전화를 받기 위해 머리를 손질하고 옷매무시를 다듬어야 하는 불편함을 소비자는 원치 않기 때문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