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부터 일본에 대량 반출된 한국 유물은 어림잡아 30만점으로 추산되나 소재 파악이 어렵고 소재가 알려져도 소유주가 누구인지 밝혀내기가 매우 어렵다고 알자지라 방송 인터넷판이 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의 줄리안 리알 기자는 도쿄발 기사에서 일본 황궁을 비롯, 전국 박물관과 개인 집에 귀중한 한국 유물들이 소장돼 있으나 대부분은 반출 경로가 불법적인 것이라 소장자가 나서지 않고 이 유물들이 인류 공동의 유산이라는 의식이 희박해반환 노력이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 자지라는 유럽에서는 2차 대전 중 나치와 러시아군이 약탈한 문화재 반환 노력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동아시아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고노 도시유키교토대학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약탈문화재 출처조사 위원인 고노 교수는 "일본 정부나 군대가 한국의 유물들을 조직적으로 일본에 반입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일부는 합법적으로 거래됐을 것으로 추정해야 하지만 상당수는 정도의 차이가 있더라도 음성적으로 거래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유물들이 정상적으로 거래됐는지, 어떤 것이 약탈됐는지를 가려내는 문제도 있지만 1910년 영국과 미국의 한일합방 승인에 따라 한국 문화재의 일본 반출이 국제법상 영토내에서 이동된 것으로 간주된다는 점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 자지라는 일본의 한국 문화재 약탈 역사는 560-720년 아스카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임진왜란을 비롯, 여러 시기에 끊임없이 계속됐으며 고려 청자에 열광한일본인들은 한일합방을 계기로 본격적인 도굴에 나섰다고 전했다. 알 자지라는 한국을 점령한 일본인들이 왕궁을 비롯, 전국의 분묘들을 미친듯이 도굴해 암시장에 내다 팔았다면서 한국 정부는 일본내 화랑과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2만9천점을 비롯, 약 30만점의 문화재가 일본에 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유물대부분을 은밀히 소장한 개인들은 탈세를 의미하는 암시장 구입 자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고고학자들은 유명 문화재들의 소재를 상당히 파악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나라에 있는 덴리(天理)대학은 15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몽유도원도를 소장하고있다. 1953년 이 대학 창립자 시마즈 일가가 대학 박물관에 기증한 몽유도원도는 임진왜란 이후 시마즈 가문이 소장해 오던 것이다. 일본 궁내청은 황궁소장품박물관이 방대한 한국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했으나 이들 유물의 출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알 자지라는 한국 유물 약탈은 19세기로 끝난 것이 아니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면서 지금도 산골의 사찰에서 조직적인 유물 약탈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런 유물들이 중국을 거쳐 홍콩 암시장에 흘러나오고 있다고 산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학 배형일 교수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배교수는 최근 북한 국립박물관은 외화벌이를 위해 진품을 매각하고 복제품만을 전시하고 있다는 한 방문객의 말을 소개했다. 알 자지라는 극소수의 양심적인 일본인이 유물을 한국에 돌려주는 경우도 있지만 중요한 유물들은 소재 자체가 비밀에 싸여 있다면서 일본 쇼비대 하야시 요코 교수의 말을 인용, "일본 정부도 개인도 이들 문화재가 인류 공동의 유산이라는 의식이 희박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