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 덜미를 잡힐지 모른다는 위기감이다. 중국 샨다가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샨다가 액토즈소프트 인수를 계기로 한국 게임을 중국에 더 많이 공급하면 좋지 않냐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액토즈 피인수'는 한국 게임산업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 '사건'이라고 우려한다. 이들의 걱정은 우선 샨다가 단기간에 한국 게임업체들의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샨다는 '미르의 전설''신영웅문''포트리스2''비엔비'등 한국의 우수 게임들을 중국에서 서비스하면서 중국 최대의 게임유통회사로 성장했다. 당연히 한국 게임업체들과는 협력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샨다가 액토즈소프트를 기반으로 게임 개발에 직접 나서면 상황은 달라진다. 액토즈소프트를 통해 한국의 우수한 인력을 스카우트, 게임을 직접 개발하고 이 게임을 중국에서 서비스할 수도 있다. 영세한 게임 개발업체를 인수할 수도 있다. 샨다는 이미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함으로써 'A3' 개발사인 애니파크의 1대주주,'미르의 전설' 개발사인 위메이드의 2대주주가 됐다. 샨다가 자체 개발한 게임이 많아진다면 굳이 한국 게임을 수입할 필요가 없어진다. 또 다른 우려는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한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것이다. 샨다는 지난해 '미르의 전설'과 유사한 '전기세계'란 게임을 만들어 내놓았다. 이로 인해 액토즈소프트와 위메이드로부터 지식재산권 침해 혐의로 제소당했다. 샨다는 액토즈소프트를 손에 넣음으로써 재판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만일 샨다가 이런 법적인 문제까지도 '자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한국 게임업체들은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더구나 중국 게임시장 장벽은 최근 부쩍 높아졌다. 중국에서 온라인게임 서비스 권리인 '판호'를 따려면 4개월 내지 10개월이나 걸린다. 한 해에 수입할 수 있는 온라인게임 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게임업계 한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한국이 중국의 '게임제작소'로 전락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태완 IT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