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심술에 종합주가지수가 번번히 890선이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은 예상밖의 대량매수에 나서며 주가를 끌어 올렸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주가상승에 제동을 거는 걸림돌로 작용하고있다. 이는 메릴린치 UBS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외국계 증권사들이 내년 국내증시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지수 1000대 돌파를 낙관하는 국내 증권사들과는 정반대의 시각을 갖고있다는 것이다. 환율급락에 따른 수출둔화와 소비부진에 대한 우려감이 그 이유다. ◆890선 돌파 가로막는 외국인 매물 종합주가지수는 3일 장 초반 단숨에 9포인트 이상 오르며 893까지 치솟았지만 결국 882로 주저앉았다. 지난달 16∼19일,24∼26일에 이어 세 번째 890 도전도 실패로 끝났다. 특히 이번에는 이틀 연속 장중 893포인트를 찍어 한껏 기대감을 부풀렸지만 이날 1천3백억원이 넘는 외국인 매물에 힘없이 밀려났다. 외국인은 지난달 22일부터 10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로 일관하며 7천7백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은 이 기간 특히 국내 대표 우량주인 삼성전자를 3천5백40억원어치 매도했다. 또 도이치증권이 전날 삼성전자 목표가를 35만원까지 내린 데 이어,JP모건도 이날 장기관심종목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해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외국 증권사들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장세 영향력이 큰 IT산업의 내년 수익을 당초 예상치보다 15% 안팎 내렸다. ◆외국사 '비관' vs 국내사 '낙관' 외국 증권사들은 국내 증권사처럼 거창한 전망 리포트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유럽계를 중심으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게 형성돼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시각은 한마디로 '배당이나 수급 호전에 따른 단기 상승은 가능하지만 랠리 지속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승국 BNP파리바증권 대표는 "원화 강세가 앞으로 몇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주들이 부담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통신주와 은행주를 제외한 블루칩 대부분이 수출주도주기 때문에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란 지적이다. 임태섭 골드만삭스 전무는 "한국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 상태이고 증시 유동성도 보강되고 있어 금년 내에 900선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업의 내년 이익 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증시도 랠리를 지속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용철 리먼브러더스 상무도 "미국의 경상적자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여서 대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는 당분간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긍정적인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다. 전병서 대우증권 상무는 "중국경제가 2∼3년은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수급도 호전돼 내년 증시는 낙관적"이라고 설명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