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통화량 조절을 위해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 발행잔액이 1백40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연간 5조원이 넘는 이자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한은은 10년만에 적자가 불가피해졌고,시중 통화량이 불필요하게 늘어나는 부작용도 빚고 있다. 3일 한은에 따르면 통안증권 발행잔액이 지난 11월 중 8조8천억원 증가한데 이어 이달에도 1일 4조원어치가 새로 발행돼 한달 사이에 12조8천억원 급증했다. 이에 따라 통안증권 발행잔액은 이날 현재 1백40조8천7백억원으로 불어났다. 작년 말 1백5조5천억원에 비해 올 들어서만 35조원가량 급증한 것이다. 이는 종전 최대 기록이던 지난 98년 통안증권 발행잔액 증가분 22조원의 1.5배를 넘는 것이다. 올 들어 통안증권 발행이 크게 늘어난 것은 정부와 한은이 환율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달러를 사들이면서 시중에 풀린 돈(원화)을 흡수한 결과다. 실제로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월간기준 사상 최대인 1백42억달러나 급증했고 이 중 상당부분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수한데 따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안증권 이자는 연 3.4%대여서 한은이 부담해야 할 연간 이자만도 5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과적으로 무역수지 흑자와 외환시장 개입으로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만큼 통안증권 발행잔액도 증가하게 되는 구조다. 특히 한은은 통안증권 이자부담으로 인해 지난 94년 이후 10년만에 적자를 내게 됐고 내년 이후에도 적자가 지속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또 통안증권 이자 지급으로만 연간 5조원 이상이 시중에 풀리게 돼 경제상황과 무관하게 시중 통화량 수위만 높이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이자지급으로 풀린 돈을 흡수하기 위해 한은이 다시 통안증권을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을 빚고 있는 것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환율급락을 저지하기 위한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이 계속될 수밖에 없어 통안증권 발행잔액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