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추대 문제를 놓고 재계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정부·여당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밀어붙이면서 수세에 몰린 재계로선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정부와의 원만한 관계를 이끌어낼 수 있는 차기 회장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른바 재계 '빅3'인 이건희 삼성 회장,구본무 LG 회장,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하고 있는 가운데 재계 총수들이 어떤 묘안을 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 회장단은 오는 9일 강신호 전경련 회장이 주재하는 송년모임을 열어 내년 2월로 임기가 끝나는 강 회장의 후임자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재계는 전경련 회장의 2년 임기가 끝나가는 12월 송년모임에서 새 회장에 대한 의견을 모아왔다. 이 자리에서 조율된 차기회장 인선안을 갖고 2월에 열리는 정기총회전까지 차기회장 인선을 마무리짓는게 관행이다. 송년 모임에 참석하는 인사의 면면을 보면 전경련 회장의 윤곽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강신호 회장이 지난 10월 차기 회장으로 강력히 추천한 이건희 회장이 송년모임에 모습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강 회장은 당시 "나는 (전경련 회장에) 끌려나온 사람으로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며 사임의사를 밝히고 "재계의 실력자가 전경련 회장을 맡아야 한다"며 이건희 회장을 적극 천거했다. 하지만 삼성측은 대외적으로 이건희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지 않고 후선에서 재계 발전을 위한 나름의 역할을 할 것이란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더욱이 정부·여당이 개혁의 칼날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선뜻 재계 수장을 맡겠다는 인사를 찾기 어려울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전경련 관계자는 "차기회장 후보로 누가 물망에 오르게 될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며 "새 회장을 찾는데 상당한 진통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