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투자자들이 3일 낭패를 봤다. 외국인과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 등으로 상승세를 타던 주가가 이례적인 외국인의 대량 매도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허를 찔린 셈이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물산 전체 발행주식 수의 5.4%에 달하는 8백41만주를 일시에 처분했다. 금액으로는 1천2백26억원어치다. 이날 거래소시장 전체 순매도 금액(1천3백58억원)의 90%가 넘는 규모다. 외국인은 대우증권 창구를 통해서만 8백21만주(5.2%)의 '팔자' 주문을 쏟아냈다. 이 때문에 주가는 6.84% 급락한 1만4천3백원으로 마감됐다. 총 거래량도 1천3백95만주나 됐다. 하루 평균 거래량이 1백만∼2백만주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물량이다. 업계에서는 특정 증권사를 통해 5% 이상의 물량을 판 점을 들어 단일 펀드가 차익을 실현하고 손을 턴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강했다. 단일 외국계 펀드로는 최근 우선주 소각을 줄기차게 요구했던 헤르메스펀드가 우선 순위로 꼽혔다. 이 펀드는 올해 초 7백77만여주(4.85%)를 취득,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삼성물산 2대주주로 5.6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플래티넘자산운용도 거명되고 있다. 시장 관측대로 이들이 주식을 매도했다면,'왜 주식을 처분했는지'가 의문이다. 특히 헤르메스의 경우 올 초부터 삼성물산에 대해 우선주 소각,삼성전자 보유 지분 매각 등을 요구하고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외국인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평균 취득 단가가 1만2천원선이어서 막대한 차익을 남기지도 못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삼성물산 뒤에는 삼성그룹이 버티고 있어 적대적 M&A가 이뤄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이에 따라 외국계 펀드들이 단기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것이 사실이라면 결국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키로 한 삼성물산과 국내 투자자들만 손해를 보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