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환경단체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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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지구(1백54만평)를 택지개발지구(국민임대주택단지)로 지정한다는 고시문이 3일자 관보에 슬그머니(?) 실렸다.
국민임대주택단지로는 처음으로 1백만평을 넘는 '신도시급'이라 정부가 공식 브리핑이라도 자청했을 법한 내용이다.
하지만 건설교통부는 브리핑은 고사하고 보도자료조차 내지 않았다.
쉬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왜 그런지 물어봤다. "지금은 환경 비상시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린벨트를 풀어 초대형 택지지구를 지정했다고 언론에 발표하면 '불난 데 기름 붓는 격'이라는 답변이 이어졌다. 앞으로 지정해야 할 택지지구가 산적해 있는 데 자칫 반대 역풍이 거세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꼴이었다.
'오죽 다급하고 답답했으면 그럴까'하는 안타까움마저 들었다.
지난 2002년부터 정부는 "향후 10년동안 국민임대주택 1백만가구를 짓겠다"고 대대적인 정책홍보를 해왔다.
그러나 올해도 국민임대주택 건설실적은 목표(10만가구)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건교부가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연간 목표 달성은 사실상 물건너갔다.
벌써 3년째다.
택지를 못 구해서다.
주민들은 주변이 슬럼화된다며 거부하고,지자체들은 민원과 세수부족을 핑계로 협조를 하지 않아 택지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다 환경단체들은 '환경이 파괴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곳곳에 암초 투성이다.
이처럼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정부가 꼼수로 피해가려는 것은 왠지 떳떳지 않아 보인다.
10년 농사(1백만가구 건설)를 제대로 지으려면 물꼬(사회적 합의)를 트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명분이 있고,원칙이 섰다면 어렵더라도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때로는 소나기를 피하지 않고,그냥 맞으면서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습이 훨씬 미더워 보인다.
강황식 건설부동산부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