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泳俊 < 경희대 교수.경영학 > 3일은 외환위기를 막아내기 위해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경제주권을 포기하는 협약을 공식적으로 체결한 지 만 7년이 되는 날이었다. 비록 김대중 정부에서 외형적으로는 1년반만에 IMF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론 후유증이 엄청난 급조된 경기부양책을 통해 외채위기를 내채위기로 바꾼, 아랫돌을 빼서 위에다 틀어막은 꼴이다. 오늘날 우리경제가 흡사 중증 당뇨병 환자처럼 체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웬만한 감기에도 합병증을 두려워해야 할 정도로 내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한 구조가 됐다. 이는 IMF 외환위기에 대한 처방이 잘못됐을 뿐만 아니라 근시안적인 대처가 오히려 구조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데 연유한다. 현재 한국경제의 문제는 크게 첫째는 산업·소득·분배·노동 등에서 극심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며, 둘째는 성장잠재력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으며, 셋째는 급격한 노령화의 진전하에 경쟁국에 비해 고비용 저효율의 공급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1999년 IMF 외환위기를 조기졸업했다고 선언한 김대중 정부는 힘들고 인기 없는 구조개혁보다 단기 경기부양책에 매달린 결과 2002년까지의 거시적 지표들은 그런대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지만 미시적 지표들은 외환위기 이전보다 대부분 악화됐고,작년 이후부터는 거시적 지표마저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즉 부작용 많은 단기부양책을 택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질을 더욱 악화시키고, 결국 실질 설비투자는 소득 1만달러 진입시기였던 1995년보다 결코 나아지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우리 경제는 IMF 이후 2년마다 제2의 위기설이 등장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바,원인은 외환위기의 해결책으로 근본적인 구조개혁보다는 저금리로 인한 과잉유동성 공급으로 만든 버블로 경제를 유지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즉 버블로 인해 겉으로 보면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버블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리면 전보다 더 악화된 경제구조가 되기 때문에 경제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1999년 발생한 IT 버블로 인해 코스닥과 벤처바람이 불었지만 IT 버블이 꺼지면서 코스닥과 벤처는 최악의 길을 걷게 되는 부작용을 초래했고,2000년부터 시작된 신용카드 남발로 인한 카드 버블은 미래의 소비를 무리하게 끌어다 쓴 나머지 버블이 꺼지면서 극심한 내수부진을 초래했다. 그리고 2001년 부동산 건설경기부양책으로 시작된 가계부채와 부동산 버블은 그대로 안고 가기에는 자산불균형으로 인한 분배구조의 심각한 왜곡으로 사회통합에 큰 걸림돌이 되고, 터뜨리기에는 제2의 금융위기나 복합불황 가능성이 두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반추하건대,우리 정부가 성급한 경기부양책보다는 구조개혁을 통한 위기극복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정말로 '위장된 축복'이란 질적 개선을 도모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넋두리를 해본다.명퇴금이나 주고 사람이나 자르는 정리해고가 아닌 다가올 중국과의 경쟁을 염두에 두고 중견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인력재배치라는 정신으로 구조조정을 했더라면 수출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연계성이 훨씬 더 높아지고 고용없는 성장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에 해고된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경험없는 자영업자로 전업해서 불황으로 인해 투자원금도 못건지고 망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더욱이 사상초유의 외환위기를 당해 허둥지둥 경험부족으로 무조건 급매하는 바람에 알짜배기 회사가 헐값으로 매각되기도 했고, 상당수의 금융회사들이 외국계 자본에 잠식당할 우려가 있는 것도 IMF 위기극복에 대한 합리적 체계적인 종합 대처방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참여정부는 미시적 시장구조 개혁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비경제부문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이념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경제주체 모두가 예측가능한 비전을 제시해 이 어려운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 ykwon@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