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어떻게 됩니까." "1개월 NDF(역외시장) 6.5에 비드 스몰 있습니다." "저도 6.5 비드 조인,다섯개 입니다." "OK." 환율이 급등락하던 지난달 30일 오후 4시30분. 서울 을지로에 있는 외환은행 본점을 찾았다. 이 은행에서 외환딜러로 일하고 있는 구길모 외환운용팀 과장(35·사진)을 만나기 위해서다. 싱가포르의 외환브로커 회사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의 앞에 놓여있는 모니터는 로이터 딜링머신 등 모두 7개나 됐다. 암호풀이를 요청했다. '1개월짜리 (차액정산) 선물환에 대해 달러당 1천65.5원에 2백만∼3백만달러어치를 매수하겠다'는 주문이 있다는 말에 구 과장이 '같은 환율에 5백만달러어치를 매수하겠다'고 똑같이 주문했다는 내용이다. 회의실로 자리를 옮긴 구 과장은 향후 환율 전망과 함께 환율급변동 시기의 '환테크' 요령에 대해 설명했다. ◆내년 하반기엔 다시 1천1백원대로 요즘같은 분위기에서 환율예측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환율이 하락하는 이유는 대외적·대내적 요인 등 크게 두 가지다. 대외적 요인으로는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재선된 이후 글로벌 달러 약세의 재현을 들 수 있다. 중국 위안화 절상에 대한 기대감도 또 다른 요인이다. 위안화가 절상될 경우 한국 등 주변국들의 통화가치가 동반 절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내적 요인은 달러의 공급과잉이다. 수출업체들은 1천1백원선이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달러를 계속 쌓아뒀다. 내수투자 부진으로 원자재 수입결제 요인이 줄어들면서 달러공급 우위시장이 만성화됐다. 환율은 내년 상반기엔 계속 하향압력을 받을 것이다. 상반기 중 달러당 1천원선이 깨질 가능성이 높다. 큰 단위가 위협을 받으면 반드시 한 번은 깨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 환율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뉴딜정책으로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면 원화가치가 절상돼야 하겠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가 될 것이다. 수입업체들의 투자환경이 개선돼 결제자금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환율상승 저항선은 약 1천1백30원대로 보인다. ◆해외송금이 많은 사람이라면 외환거래를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분할매수·분할매도다. 주식투자에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니다. 특히 요즘같이 환율이 급등락할 때 더욱 요구되는 방법이다. 2∼3개월 후 어느 정도 액수의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 30% 가량씩 서너 번에 걸쳐 달러를 매수하는 게 적당하다. 기업들도 달러를 사고팔 때 통상 3∼5회로 나눠 거래한다. 특히 외국에 아내와 자녀들을 보내놓고 해외송금을 자주 해야 하는 '기러기 아빠'들의 경우 이런 훈련이 필요하다. 환헤지(위험회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도 있다. 환헤지를 할 때는 보통 달러 선물환을 이용하는데,보험이라고 보면 쉽다. 기회이익(환차익)을 포기하는 대신 환율하락에 따른 환차손에 대비할 수 있다. 선물환 헤지의 경우 1만달러 이상 거액을 들고 있을 때 시도하는 게 좋다. 헤지비용 때문이다. 선물환계약을 맺을 때는 은행마다 유치금 형태로 계약액의 3∼5%를 맡기는 방식이다. 은행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환전 페스티벌'을 이용하면 어느 정도의 환율우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향후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굳이 이 기간에 환전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 현재 환율이 1천50원이고,페스티벌 기간 중 환율우대를 받아 1천30원에 환전할 수 있다고 해도 향후 환율이 1천원대 밑으로 떨어지면 더욱 손해다. 은행의 사이버환전을 이용하면 환율 우대폭이 크다는 점도 염두에 두자.은행 웹사이트에 접속,환전예약을 해놓고 가까운 은행 지점에서 달러 현금을 받는 방법이다. 환전할 때 우대를 받고 싶다면 주거래은행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 ◆해외여행 후 달러가 남았다면 해외여행 후 쓰고남은 달러가 있다면 도착 즉시 파는 게 낫다. 2∼3개월 이내 또다른 해외여행을 예상하고 있다면 그때까지 달러현금을 갖고 있는 것도 한 방법이다. 환율이 중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과거의 경험을 들어 달러를 들고 있으면 보통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해다. 이는 달러 이외 통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상당액의 달러가 있다 하더라도 외화예금으로 보유할 것인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외화예금의 경우 보통 이자를 거의 지급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연 1% 안팎이다. 일부 우대금리를 받는다 하더라도 환율하락에 따른 환차손을 생각해야 한다. 환율은 단기간에도 5∼10%씩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 1.외환을 거래할 땐 나눠서 하라 (분할매수·분할매도 원칙) 2.우대환율과 원하는 환율을 비교하라 (우대환율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3.환율은 떨어질 수도 있다 (환차손을 항상 염두에 둘 것) 4.환차손·익은 불로소득도,추가비용도 될 수 없다 (가능하면 환헤지 적극 고려) 5.이익실현이나 손절매는 큰 숫자 단위로 하라 (5∼10원 단위가 적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