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36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조각가 구본주. '형상조각'의 차세대 주자로 촉망받던 그의 갑자스런 죽음은 미술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줬다. 그의 사후 1주기를 추모하는 '별이 되다'전이 12월 8일부터 사비나미술관 인사아트센터 덕원갤러리 등 3곳에서 동시에 열린다. 사비나미술관은 테라코타와 나무작품위주로,인사아트센터는 대작과 브론즈작품,덕원갤러리에서는 대형 설치작품인 '별이 되다'등을 나눠 전시해 그의 작품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명한다. 홍익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한 구본주는 역시 요절한 조각가 류인의 제자였다. 힘과 볼륨이 강한 구상조각을 추구했다는 점이 두 작가의 공통점이다. 80년대 노동자나 도시산업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샐러리맨의 모습을 다루는 등 현실참여 작업을 했지만 당시의 상투적인 리얼리즘과는 궤를 달리했다. 그는 생전에 가진 3번의 개인전을 통해 우리시대 샐러리맨의 고달픈 삶,한국사회에서 '가장'의 권위와 비애를 해학적으로 형상화했다. 철판을 이어 붙여 만든 5m 길이 구두 모양의 작품인 '하늘'은 거대하면서도 텅 빈 가장의 모습을 담았다. 그의 마지막 작품 중 하나인 '별이 되다'는 FRP와 형광안료를 이용한 1천개의 별 이미지를 천장에 매단 대형 설치작업이다. 구본주는 흙 나무 쇠 동판 등 어떤 재료도 잘 다루고 기법도 탁월했던 작가였다. 초기 흙 작업으로 탄탄한 사실주의적 기반을 쌓은 후 재료를 나무 쇠로 옮겼다. 나무 작업은 작은 각목들을 접합해 속도감 있는 독특한 맛을 내기도 했다. 동판과 철판을 두드려 인물을 형상화한 작업들은 작가 특유의 단조기법이 무르익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비나미술관의 김준기 학예연구실장은 "그의 예술세계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휴머니즘"이라며 "어떠한 이데올로기에 앞서 인간 자체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해 인간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한 작가"라고 평했다. MBC한국구상조각대전 대상(1993년)과 모란미술작가상(1995년)을 수상했다. 12월28일까지.(02)736-4371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