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첫달 이자 면제,회사동료 소개 땐 상품권 5만원 증정.'


지난 11월 국내 금융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출범한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이런 조건을 걸고 '대출세일'에 나섰다.


HSBC로의 매각을 앞둔 제일은행도 올 들어 주택담보 대출시장에서 '무법자'로 불릴 정도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은행들의 '총성없는 전쟁'이 벌써 시작된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계 일각에서는 "과도한 영업전쟁은 자칫 잠재부실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출영업 전쟁


씨티은행은 최근 e메일이나 전단지를 통해 대출세일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은 △첫달 이자 면제 △대출한도 연봉의 66% 등 유리한 조건이 붙어 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신용대출 담당자는 "최저금리가 연 8.5%로 다소 높은 데다 연체이자율 25%,중도상환 수수료 2% 등의 조건을 미뤄보면 반드시 유리하지도 않지만 직장인들의 관심을 끌 만한 마케팅 기법"이라고 말했다.


제일은행은 주택담보대출 한도액을 타행보다 2천만원 더 책정하고 금리도 0.10∼0.20%포인트 깎아주고 있다.


그 결과 올들어 11월까지 제일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2조3천2백억원 늘어났다.


이는 시중은행 최대규모이며 국민은행의 증가액 1조5천9백억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타 은행 점포장들은 "제일은행에 고객을 다 빼앗긴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수신 확대 경쟁


외환은행은 6일부터 일반 정기예금에 비해 0.5∼0.6%포인트 높은 연 4.0%의 이자를 지급하는 고금리특판예금을 1조원 한도로 판매한다.


씨티은행도 이날 △1년짜리 특판정기예금 △아시아 주가지수연동예금 △미국 국채지수연동예금 등 3가지 상품을 동시에 출시한다.


총 판매 예정액은 1조원이다.


씨티은행의 특판정기예금 금리는 연 4.1%로 외환은행 상품보다 0.1%포인트 높다.


아시아 주가지수 연동예금의 경우 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시장에 상장된 50개 대형 우량 블루칩에 투자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상품이다.


미국 국채지수 연동예금 역시 씨티은행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가 기준금리 대비 -0.1∼+0.7%포인트 범위 내에 있으면 연 7%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과당경쟁의 후유증 우려


외국계 은행들이 주도하고 있는 영업전쟁은 전 은행권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A은행 부행장은 "고객이 다른 은행으로 떠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은행은 없다"고 말했다.


당장은 역마진을 보더라도 고객 기반을 지키기 위해 영업전쟁에 가세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계는 은행간 경쟁의 후유증을 벌써부터 우려하고 있다.


최근 1년여간 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신용카드,가계 및 중소기업 대출의 연쇄 부실도 따지고 보면 과당경쟁에서 비롯된 측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의 근저당 설정비 면제를 처음 도입한 곳이 외국계 은행"이라며 "국내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의 소매금융 기법은 선진금융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며 되레 덤핑 경쟁만 부추길 뿐"이라고 꼬집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