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準亨 < 서울대 교수ㆍ공법학 > 요즘 '한국은 IT강국'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논란이 없지 않지만 세계 최고의 인터넷인프라와 정보통신 보급률 등을 감안하면 그리 불러도 탓할 바는 없을 것 같다. 'IT부문에 국가와 경제의 발전을 크게 의존하는 나라'나 'IT강국이 되려는 나라'란 뜻에서라면 분명 'IT강국'이다. 그러나 'IT강국'인만큼 '디지털 디바이드'에서도 우리는 세계 최강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여간 정부주도로 추진된 급속한 국가사회 정보화와 정보통신 기술 및 산업 발전의 결과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심각한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을 겪고 있다. 사회경제적 지역적 신체적 여건 등으로 인해 정보소외계층이 늘고 연령별 소득별 학력별 정보격차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디바이드는 IT혁명의 부산물이자 그것이 구현하려는 지식정보사회의 정당성을 좌우하는 관건이다. 정보입국에 나라의 명운을 건 처지에 이 문제를 소홀히 할수 없는건 '보이지 않는''언제 어디서나 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컴퓨터를 입고 쓰고 먹게 되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접어든 마당에 정보소외현상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화란 정보소외계층엔 악몽일 수밖에 없다.거기에 다시 유비쿼터스 악몽이 덮치는 셈이다.물론 낙관론도 있다. 기술이 이용자 중심으로 단순화되고 발전할 것이므로 나이가 많거나 학력이 낮거나 소득이 적더라도 이용에 지장이 없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편익을 향유하게 되리란 전망도 없진 않다. 디지털 디바이드는 곧 과거의 추억으로 남으리라. 특히 '디지털 강국'인 우리나라는 인터넷 이용자가 3천만명을 넘고 전체가구의 4분의 3 이상이니 소수의 노령층에서 인터넷 이용률이 떨어지는 문제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그러나 과연 그럴까. 노령자와 장애인, 저소득층이 대종을 이루는 정보소외 계층의 디지털 편입은 유비쿼터스로 갈수록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빈부격차가 'IMF 시절'보다 더 심각해졌다는 말이 나오는 판에 그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될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유비쿼터스 세계에 대한 지배력을 더 확대해 갈 시장이 디지털 약자들을 위한 방향으로 움직일지 의문이다. 오히려 격차를 확대,심화시킬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인터넷이나 PC는커녕 자동매표기나 전자식 출입장치와 홈네트 설비를 사용할줄 몰라 좌절하는,구입능력이나 비용이 없어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나는 사람들을 떠올리면 된다. 특히 소득계층별 정보격차 문제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이나 서비스가 이용자 중심으로 간다고 하지만 디지털악몽이 사라지리란 보장이 있는가. 정부는 2002년부터 정보격차해소법 제정 등 정책을 펴왔지만 성과는 여전히 위험수준이다. 정보격차에 관한 조사결과는 저소득층ㆍ저학력층ㆍ농어민ㆍ장노년층이 소외되고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전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한 조사결과 성별간 정보격차는 꽤 줄었지만 연령별 학력별 소득별,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격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인터넷이용자 조사결과 올 상반기 인터넷 이용률은 20대까지의 청소년층이 95%를 넘는데 비해 60대 이상은 7.6%에 머물렀다. 컴퓨터 이용률은 월평균 1백만원 미만 소득계층의 경우 30% 수준인데, 대도시와 군단위 이하의 지역간 격차는 25%를 넘는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저소득층ㆍ저학력층ㆍ농어민ㆍ장노년층의 정보역량지수는 국민 평균의 18%에 불과하다. 물론 기술발전이 지속되는 한 디지털 디바이드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기술이 빨리 발전할수록 격차가 커지면 커졌지 줄지 않을지도 모른다.그런 뜻에서 기술격차는 숙명적이고 피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속수무책이 정당화되진 않는다. 디지털 디바이드에 대한 믿음직한 솔루션 없이는 'IT 강국'이나 'u-Korea'도 성공할수 없다. 디지털 디바이드를 정면에서 태클해 인간의 얼굴을 가진 유비쿼터스 사회가 가능함을 보여주고 이를 후발 디지털 경제에 전달함으로써 새로운 시장기회로 활용하려는 전향적이고 능동적인 정책의지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