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준 한국산업은행 종합기획부장 > 금융계 일각에서 산업은행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제2금융(증권·투신)과 방카슈랑스 수익증권 등 소매금융 등으로 업무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산업자본 공급'이라는 본래 기능을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은 잘못된 것이다. 국책은행인 산은은 지난 50년 간 경제발전 단계에 따라 그 역할을 달리해왔다. 1950년대에는 산업시설 복구에 주력했고,60∼70년대에는 중화학공업과 수출전략산업 육성,80년대에는 자동차 전자산업 등에 장기설비자금을 지원하면서 성장기반을 마련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90년대에는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업금융 확대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에 주력했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고 기업구조조정을 주도하는 한편 미래 성장산업 지원을 강화해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산은법은 15차례나 개정됐으며 취급업무도 다양해졌다. 이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고 국제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종합금융서비스 체제로 무장하고 국내시장을 파고드는 글로벌 금융그룹과 경쟁하려면 산은 또한 대형화·증권화·글로벌화라는 변화의 물결을 외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기업금융에 특화된 산은은 직·간접 금융시장을 연계한 종합금융서비스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요구하는 복합금융상품과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우증권,산은자산운용 등과의 유기적 연계가 불가피하다. 산은의 국내 점포는 36개에 불과하다. 산은법상 요구불예금 수취 및 가계대출 취급이 제한돼 있다. 따라서 시중은행과의 소매금융 경쟁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다만 수익증권,방카슈랑스를 취급하는 것은 거래고객의 편의를 위한 것일 뿐이다. 산은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시장실패를 보완하는 시장조성자(Market Maker)로서의 역할도 해왔다. 대우자동차를 비롯한 수 많은 기업이 정상화돼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다. LG카드에 대한 산은의 지원도 이 같은 맥락이다. 국내은행에 대한 외국자본의 과도한 지배로 이제 그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배당과 시세차익을 통한 국부유출,공공성과 공익성에 반한 의사결정 등으로 국가경제의 어려움을 야기하고 성장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여건들을 감안하면 장기 기업금융,국제금융,투자은행업무 등에서 강점을 가진 산은의 역할과 비중은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