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베이징의 일간지 베이징청년보에 '2명의 한국학생 블랙리스트 오를까 걱정'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실렸다. 사연은 이렇다. 한국의 권 모씨(여)는 친지 소개로 지난해 여름 베이징에 자녀 2명을 조기유학 보냈다. 문제는 이들이 들어간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외국인 학생 수용 자격을 갖춘 학교가 아니라는 것.임대호 주중한국대사관 교육관은 "베이징에서는 46개 초·중·고교만이 외국인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며 "이곳에 입학해야만 재학기간 동안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모씨 자녀 2명이 소지한 여행비자는 지난해 8월 말 만기가 됐지만 이런 이유로 '취학비자'를 받지 못했다. 학교측에 계속 비자발급 처리를 요청했지만 "처리 중"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러는 사이에 1년이 훌쩍 흘러갔다. 학교측은 최근 "우리는 자격이 안되니 취학비자 발급을 처리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이미 권모씨 자녀 2명은 1년 이상 불법체류한 꼴이 됐다. 중국 생활에 적응 못한 유학생들의 실종사건까지 생겨날 만큼 '묻지마 유학'은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올 초엔 베이징의 친척 집에서 중국 학교를 다니던 고등학생이 실종됐는데 PC방에서 이틀째 밤을 새우며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적도 있다. 임 교육관은 "중국에 자녀를 유학 보내면서 현지사정을 모르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며 "유학원은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경우가 많아 본인과 가족 스스로 철저히 챙기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혹자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학생을 중국으로 보내는 것에 흐뭇해한다. 세계 경제대국으로 뜨고 있는 중국에 정통한 인재를 대거 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학은 확실한 자기 계획과 철저한 사전준비,그리고 굳은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묻지마 유학'이 치러야 할 비용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 측면에서도 너무 크다. 중국 유학 러시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