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사모투자펀드시대 열린다] 외국계 독식 M&A시장 '토종 대항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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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사모투자전문회사(PEF,Private Equity Fund) 설립이 허용됨에 따라 국내기업의 구조조정및 인수.합병(M&A) 작업이 보다 힘을 받게됐다.
동시에 그동안 외국계가 주도해온 관련 시장에서 국내 PEF가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도 높다.
PEF가 주목을 받는 것은 기존의 어떤 구조조정 펀드보다 운신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PEF는 부실기업에만 투자할 수 있는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와 달리 정상기업에도 투자할 수 있고,기존 사모M&A펀드가 할 수 없는 차입투자도 가능하다.
하지만 '대박'과 '쪽박'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어 치밀한 운용이 요망되는 분야다.
이재홍 UBS증권 대표는 "한국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최대 규모의 PEF 수요를 갖고 있다"며 "국내 자본의 가세로 외국계와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권 활발,펀드 규모는 예상 밑돌아
25조원을 넘는 기업구조조정 시장을 겨냥,PEF 설립에 본격 나선 국내 금융회사는 모두 7곳이다.
은행권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산업은행이 3천억원 이상,신한금융지주가 2천억∼3천억원,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1천억원가량의 PEF를 계획 중이다.
구조조정 기업이나 우량 중소기업이 이들 PEF의 주 타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교보증권이 홍콩의 PEF 전문회사인 퍼스트이스턴그룹과 손잡고 약 1천5백억원(1억5천만달러) 규모의 역외PEF를 추진 중이다.
이 PEF는 조세회피 지역인 케이만군도에 설립돼 한국은 물론 중국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하는 게 특징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미래에셋그룹 계열 맵스자산운용과 KTB자산운용이 선두주자로 나섰다.
하지만 당초 기대에 비해 PEF의 초기 펀드 규모는 상당히 축소됐다.
산업은행의 경우 최대 1조원,기업은행은 최대 3천억원을 목표로 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이 미미해 목표치를 낮춰 잡았다.
우리은행은 이 같은 이유로 외부투자 없이 전액 자기 자금을 쏟아붓기로 결정했다.
모은행 관계자는 "국내 PEF는 아직 성공사례가 없어 투자자들이 참여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아예 PEF 설립을 유보한 곳도 있다.
대우증권은 전임 박종수 사장 때부터 1천억원 규모의 PEF를 검토해왔으나 시장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지금은 사실상 손을 뗀 상태다.
김영재 전 금감위 대변인이 주도하면서 '제2의 이헌재 펀드'로 주목받았던 칸서스자산운용도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김영재 칸서스자산운용 회장은 "당분간 기존의 주식형 공모펀드 운용에 전념한 뒤 나중에 PEF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박'과 '쪽박' 가능성 상존
PEF는 고위험 고수익을 특징으로 한다.
통상 위기기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잘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지만 잘못하면 '쪽박'을 찰 수도 있다.
대표적 성공 사례는 미국계 칼라일그룹의 옛 한미은행 투자 건이다.
칼라일그룹은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8년 9월 4천8백88억원을 투자해 한미은행 지분 37%를 인수한 뒤 이를 올해 2월 씨티그룹에 1조1천5백5억원에 넘겼다.
도중에 3백89억원의 배당금을 챙긴 것까지 감안하면 5년5개월 만에 7천억원을 벌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미국계 올림푸스캐피탈은 지난 99년 외환카드에 1천3백80억원을 투자했다가 지난해 이를 7백90억원에 매각,막대한 손실을 떠안았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