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회장 오른 박용성회장 '쓴소리'] "기업 옥죄는 법이 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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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간 기업을 경영해 온 동물적인 감각에서 볼 때 내년에 우리나라 경제는 정말 어려울 것 같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ICC(국제상업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 본부에서 열린 ICC 이사회에서 제45대 ICC 회장으로 선출된 직후 가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평소 소신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미스터 쓴소리'답게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집단소송제도 등 각종 경제 정책과 제도의 부작용 등을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박 회장은 "내년에는 달러약세와 고유가,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우리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하는 데 비해 호재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며 "기업들이 노동 및 자본 생산성을 높이고 상시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조세,금리 등 여러 거시정책 수단을 쓰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라며 "내가 이헌재 경제부총리라고 한들 어쩔 수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여당)이 과거사 청산 및 사립학교법 개정 등 4대 입법과 기업을 옥죄는 법에 매달리며 기업경쟁력 제고에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쪽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어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출자총액규제의 가장 큰 폐해는 기업들로 하여금 업종전환을 못하게 막는 것"이라고 병폐를 지적했다.
예컨대 제조업에서 골프장 을 비롯한 서비스 사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으로 바꾸길 원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는데 출자총액에 걸려 옴짝달싹 못한다는 설명이다.
시민단체에선 기업들이 기존 사업을 정리한 돈으로 새 사업에 진출하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하지만 업종을 전환하려면 적어도 5년은 걸린다는 게 박 회장의 반론이다.
그는 내년부터 시행될 집단소송제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했다.
"미국의 사례를 볼 때 변호사 좋은 일만 시키는 제도인데 멀쩡한 몇몇 기업이 결딴날 것"이라는 것.
박 회장은 또 "성매매금지특별법 시행으로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연간 24조원에 이르는 관련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내 말은 1∼2년 지나보면 맞는지 틀리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의료,관광,교육 등 3차 서비스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없애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세계 11위인데도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경영자들을 언제까지 미국에 유학 보내 '하청생산'해올 거냐"며 "교육,의료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 경우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학교와 의료시설을 세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회장은 이번에 한·중·일 등 동북아국가에서 처음으로 ICC 회장으로 피선된 것과 관련,"그동안 유럽중심으로 진행돼온 ICC의 활동에 미주지역과 아시아,아프리카 국가의 참여를 적극 이끌어내 ICC가 세계 최고의 국제경제단체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한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파리=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