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끝" … 투기세력 이탈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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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예상보다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 주말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1월물은 전일 대비 71센트 내린 42.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WTI 가격은 4일 연속 하락했으며,지난주 하락 폭은 14%에 달했다.
특히 지난 1,2일 이틀 동안에만 12%나 급락,유가가 본격적인 하락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강해지고 있다.
런던 국제석유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도 WTI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재고증가,따뜻한 겨울,투기세력 이탈 등이 어우러진 결과지만 유가 하락 속도가 빨라지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이달 회의에서 감산에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도 강해지고 있다.
◆투기세력 본격 이탈=지난주 국제유가를 14%나 급락시킨 최대 요인은 미국의 재고 증가다.
미국의 에너지부에 따르면 전주 한주간 정제유 재고는 2백30만배럴 증가,전문가들의 예상치(1백50만배럴)를 훨씬 뛰어넘었다.
원유재고도 84만9천배럴 늘어난 2억9천3백30만배럴을 기록,지난 8월 초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보였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으로 국제유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재고가 예상보다 늘어나면서 석유시장의 수급불안이 빠르게 완화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재고 증가만으로 최근의 유가급락을 설명하기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그동안 원유시장을 좌지우지했던 투기세력들이 빠져나가면서 유가가 급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의 정점론 확산,테러·지정학적 불안감 완화,금시장으로의 자금이동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원유시장의 투기자금이 급속히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OPEC 감산합의 가능성=국제유가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OPEC의 감산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 사바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4일 "국제유가 하락세가 계속될 경우 OPEC이 감산을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의 유가하락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급락 추세가 지속되면 회원국들이 초과 생산에서 감산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OPEC의 한 관계자도 "오는 회담에서 모종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언급,감산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