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재신임을 물었다. 이번이 두번째다. 적어도 기자가 보기엔 그렇다. 지난 번의 재신임 카드는 '386의원 훈계'였다. 당시에는 사임설까지 보도됐다가 유야무야 덮어졌다. 이번 카드는 '1가구 3주택 양도세 중과' 문제다. 이 부총리는 지난 주말 양도세 중과 조치를 연기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부대변인이 강행 방침을 밝힌 직후다. 사실 1가구 3주택 이상 보유자는 그리 많지도 않다. 따라서 경제정책의 큰 틀에서 보면 별 쟁점도 못 된다. 그런데도 이 부총리는 기다렸다는 듯 청와대 부대변인의 발언을 맞받아쳤다. 이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부총리가 재신임 카드를 던졌다고 보는 기자의 해석이 맞다면 그 배경은 뭘까. 저간의 사정을 돌이켜보면 이 질문은 우문이다. 예전부터 경제부처들은 부총리의 이름을 따 '누구누구 경제팀'이라고 불리곤 했다. 경제정책에선 부처간 조율과 팀 플레이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서도 '김진표 경제팀' '이헌재 경제팀'이라는 표현이 쓰였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형국을 지켜보노라면 "이 사람들 한 팀 맞아?"라는 개탄이 절로 나온다. 팀 플레이는 고사하고 툭하면 부총리가 팀 안팎에서 치받히고 있기에 하는 소리다. 지난 10월 금융통화위원회 때 나온 한은 총재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재경부 말만 믿는 시장참가자들은 혼 좀 나야 한다"니.앞으로 부총리가 하는 말은 믿지 말라는 소리나 다름 없다. 작심하고 부총리를 닦아세운 격이다. 부총리를 무색케 한 게 어디 한은 총재 뿐인가. 금감위원장이 2단계 방카슈랑스 등의 문제를 놓고 불협화음을 내는가 싶더니 보건복지부 장관도 연기금 운용을 두고 부총리와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판에 청와대까지 3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밀어붙이려 드니 속된 말로 '울고 싶은 놈 뺨 때린 격'이다. 물론 이들 이슈에서 이 부총리의 견해가 다 옳다는 뜻은 아니다. 이 부총리 자신도 청와대와의 갈등설을 묻는 기자들에게 "부처간 다양한 목소리는 당연한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다. 적어도 중인환시(衆人環視) 속에 부총리를 면박주듯 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은가. 경제팀의 이같은 '콩가루 집안' 행태가 민간 경제주체들에게 어떻게 비칠지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한 마디로 정책 당국자들에 대한 신뢰상실이다. 이 부총리가 "현 정부의 정책은 좌파적이 아니다"라고 외쳐도 외국 언론에서 "한국 정부는 좌파적…"하는 기사가 나오는 데에는 이런 요인도 있지 싶다. 그럼 콩가루가 된 경제팀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 답은 노 대통령이 쥐고 있다. 부총리를 부총리답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헌재가 아니라 삼헌재,사헌재를 앉혀도 마찬가지다. 그 방법도 간단해 굳이 말이 필요없다. 과거의 예를 보면 대통령이 부총리를 얼마나 자주 독대하느냐에 따라 부총리와 경제수석간 힘의 균형이 좌우됐다. 유럽방문을 마치고 돌아올 노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임혁 금융부장 limhyu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