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육 빠를수록 좋다] 韓·美 두나라에서 키워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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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벌고 잘쓰는 아이는 사회가 함께 기르더군요."
미국 뉴욕에서 4년여간 무역회사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귀국한 김동일 부장(43)은 미국 생활에서 아이들을 합리적 소비자로 키워내는 사회적 시스템이 가장 인상깊었다고 말한다.
돈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는 공감대 위에 사회 학교 가정에서 돈에 대한 관념을 제대로 가르치고 체화시킨다는 것이다.
두 아이(현재 중 3·초 6)의 달라진 면모가 김 부장이 내세우는 지론의 '근거'다.
미국 생활을 시작한 2000년 초에는 한국에서처럼 용돈을 줬다.
하지만 얼마안가 김씨 부부는 아이들에게 용돈을 벌어 쓰도록 했다.
아이들도 동의했다.
미국 친구들이 모두 당연히 용돈을 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있는 집 아이건 없는 집 아이건 용돈을 벌어서 쓰니 돈이 정당한 노동의 산물이라는 관념이 어릴 때부터 자리잡더군요."
베이비 시터,하급생 가르치기,이웃집 개산책 시키기….돈을 벌어 쓰기 시작하면서 아이들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1센트를 쓰는 데도 꼼꼼히 따지고 드는 것이 가장 큰 변화였어요.자기가 힘들게 번 돈이니 함부로 쓰지 않게 된 거죠.한국에서도 아이들에게 돈을 아껴써야 한다고 가르치기야 했지만 직접 돈의 가치를 절감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지요."
경제관념만큼은 주입식 교육이 그야말로 무용지물이라는 게 김 부장의 말이다.
"가정과 학교,사회가 함께 해야지요.미국에서 아이들이 일해서 돈을 벌면 그 것을 좋은 일이라고 사회적으로 인정해주지요.대학교 갈 때도 이런 활동들을 중요하게 반영하구요."
하지만 돌아온 지 1년만에 아이들의 돈관념은 눈에 띄게 무디어 지고 있다.
다시 용돈을 받게 되면서,일하지 않고도 생기는 '돈'이 귀하다는 생각이 희미해진 것.
"학원다니기도 바쁜 아이들더러 어떻게 용돈을 벌어 쓰라고 합니까.다른 아이들이 분초를 쪼개 공부할 때 돈을 벌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공부 안하면 밀리고 마니."
김 부장은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성적 만능주의가 존재하는 한 어릴 때 제대로 된 경제관념을 심어주기 어려운 것 같다"며 "가정에서 경제교육도 중요하겠지만 상급 학교에 진학할 때 자원봉사나 아르바이트 경험 등을 중요 평가 덕목에 넣는 등 사회적 뒷받침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