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여자프로골프대회 '일본 또 울렸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04핀크스컵-오쓰CC 한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에서 한국이 짜릿한 역전승으로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특히 '한국의 에이스' 박세리(27·CJ)는 '일본의 샛별' 미야자토 아이(19)를 이기며 일본의 콧대를 꺾었다.
한국은 4일 일본 시가현 오쓰CC(파72·길이 6천5백20야드)에서 열린 대회 첫날 싱글 홀 매치플레이 경기에서 4승2무6패를 기록,10-14로 뒤졌다.
믿었던 박세리가 드라이버샷 OB를 2개나 내면서 일본의 무명선수 모기 히로미(27)에게 4홀차 패배를 당하는 등 한국선수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5일 싱글 스트로크 매치플레이가 시작되자마자 한국팀이 앞서나갔다.
장정(24)은 일본 상금랭킹 1위 후도 유리와 1언더파 71타로 비긴데 이어 이지희 김초롱 고우순 한희원 문현희가 내리 5게임을 따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안시현이 후쿠시마 아키코와 비긴 뒤 박지은과 김미현마저 승리하며 우승에 필요한 승점(25점)을 넘어섰다.
이날 가장 관심을 끈 경기는 12번째조인 박세리와 미야자토의 대결.미야자토는 올해 데뷔한 신인으로 5승을 따내며 상금랭킹 2위에 오르는 등 현재 일본 최고의 선수로 촉망받고 있다.
박세리는 1번홀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리며 파를 기록하는데 그친 반면 미야자토는 1.5m 버디를 잡아냈다.
3번홀에서 미야자토가 50cm 내리막 파퍼트를 미스하자 박세리가 버디를 따내며 경기를 역전시켰으나 미야자토가 4번홀에서 버디를 낚아 평행선을 달렸다.
팽팽한 접전을 벌이던 9번홀에서 박세리가 심리전으로 미야자토를 흔들었다.
미야자토는 볼에 지푸라기가 묻었다며 닦고 치겠다고 박세리의 동의를 구했다.
전날 많은 비가 내려 코스가 젖어있던 상황이어서 경기위원회는 볼에 흙이나 풀이 묻으면 닦고 칠 수 있도록 했던 것.그러나 박세리는 "미국에서는 흙이 묻었을 경우에만 구제받는다"며 경기위원을 호출했다.
미야자토는 박세리의 '클레임'에 당혹스러워했다.
박세리는 이후 계속 우드로 티샷을 하면서도 11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승기를 잡았다.
미야자토는 15번홀에서는 결정적인 1m 파퍼트를 실수했고 16번홀에서도 '4온1퍼트' 보기를 하며 재역전에 실패했다.
한국은 이날 12경기 중 8승2무2패의 완승을 거두며 18-6으로 이겨 총 28-20으로 일본을 눌렀다.
역대전적은 3승2패.MVP는 이틀 연속 승리한 한희원이 받았다.
오쓰CC(일본 시가현)=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
[ 한국여자골프 이모저모]
◆…박세리가 미야자토 아이와의 대결을 자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팀이 첫날 패배한 뒤 다음날 조편성을 짜기 위해 모인 미팅에서 '캡틴' 고우순(40)이 "누가 미야자토와 붙겠는가"라고 묻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미야자토는 수많은 갤러리들을 몰고 다녀 부담감때문에 누구도 그와 대결을 원치 않는 상태.그때 박세리가 "내가 맡겠다"고 자원했다.
드라이버샷이 흔들리는 박세리로서는 자칫 명예에 큰 손상을 입을 수도 있는 모험이었다.
박세리는 첫날 드라이버샷 OB를 2개나 내는 등 샷난조로 애를 먹었으나 정신력으로 이를 극복하는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박세리는 이날 내내 드라이버샷만 하면 벙커나 러프에 빠져 우드로 티샷을 하면서도 미야자토를 꺾었다.
◆…일본팀은 3연패를 당할 수는 없다며 대회 전날 한자리에 모여 승리를 다짐한데 이어 첫날 승리를 가진 뒤에도 회식을 하면서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특히 이날 회식자리에서 "한국팀은 전통적으로 스트로크플레이에 강하다. 첫날 이겼지만 점수차를 크게 벌리지 못해 불안하다. 만약 진다면 비화호(골프장 인근에 위치한 일본의 큰 호수)에 빠져 죽자"고 결의를 다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