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슈마허 감독의 '오페라의 유령'은 영국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동명 뮤지컬을 비교적 충실하게 옮긴 뮤지컬 영화다.


과감한 생략으로 판타지(환상)에 가까운 뮤지컬과 달리 이 영화는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 구조를 지녔다.


뮤지컬에는 없던 '유령'의 개인사가 편입됐고 극적 흐름을 매끄럽게 하는 일부 음악도 추가됐다.


시간의 흐름에 맞춰 드라마가 배열됐던 뮤지컬과 달리 늙은 주인공이 지난날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초라한 현재는 흑백 화면으로,화려했던 과거는 컬러 화면으로 편집됐다.


무대예술과 달리 시간과 공간에 제약받지 않는 영화적 요소가 강화된 것이다.


등장인물들이 감정 변화를 쉴 새 없는 몸짓으로 표현한 것도 할리우드 뮤지컬영화의 특징이다.


영화는 19세기 오페라 무대의 신예 가수 크리스틴 다에(에미 로섬)를 둘러싸고 귀족 라울(패트릭 윌슨)과 극장 유령(제라드 버틀러)간의 삼각관계를 다뤘다.


표면적으로는 러브 스토리이지만 이면에는 성공의 그늘에 대한 성찰이 깃들어 있다.


그것은 유령과 프리마돈나 카를로타의 성격 대비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유령은 천재적인 음악가이지만 크리스틴과 오페라 단원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려는 독재자이기도 하다.


카를로타는 오페라 무대에서는 성공한 가수이지만 인간적인 면모는 천박스럽기 짝이 없다.


성공을 꿈꾸는 크리스틴도 욕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라울과 유령 사이에서 취하는 그녀의 모호한 태도가 그 증거다.


크리스틴은 음악에 빠지는 순간 라울과의 언약을 저버리고 난폭한 유령에게 기꺼이 복종한다.


그녀는 사랑과 욕망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원하던 것이 두려워졌어"란 크리스틴의 대사는 스스로를 탓하는 목소리이자 욕망의 실현에 수반되는 추악함을 경계하는 이 작품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살인과 광기로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유령의 정체가 마지막에야 밝혀지는 스릴러 양식을 띤 만큼 시종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재즈음악을 도입한 뮤지컬영화 '시카고'와 팝음악을 사용한 '물랑루즈'가 지녔던 친숙한 리듬과 위트가 다소 부족하다.


완급의 조절 없는 무거운 에피소드들만 이어지는 것도 부담스럽다.


특히 짤막한 대사로 처리해도 될 부분에 노래를 사용한 것은 영화를 지루하게 만든다.


8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