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실적을 마감하는 12월이 되면서 공단지역 내 은행 지점장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존 대출에서 연체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신규 대출 수요도 급감,영업실적이 극도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내수침체에다 환율 하락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우량 중소기업에도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경기회복은 까마득하기만 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늘어가는 연체 기업은행 반월공단 지점의 김동현 지점장은 "비교적 탄탄한 중소기업들이 입주한 반월공단의 은행 지점들도 연체율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우리 지점의 경우 작년 말에는 총 여신 5천억원 가운데 연체금액이 10억원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1백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지점장들은 특히 환율하락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김 지점장은 "대기업들은 환율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부품업체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으며 그 결과 1차 벤더뿐만 아니라 2차 벤더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밸리(구로공단)의 김지섭 국민은행 기업금융지점장도 "최근 중소기업들의 매출액 이익률과 현금흐름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며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신용평가 등급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부도업체가 늘어나면서 경매물건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 역시 번번이 유찰되고 있다. 기업은행 김 지점장은 "과거에는 1,2차에서 낙찰이 됐지만 지금은 3,4차에서도 잘 되지 않는다"며 "우리 지점의 경매물건 중에도 2건이 4차까지 유찰됐다"고 말했다. ◆자금수요 실종 경기전망이 워낙 불투명해 신규 투자를 위한 자금수요도 급감하고 있다. 기업은행 반월공단 지점의 경우 올들어 상반기까지 여신 증가액은 6백억원이었으나 하반기엔 그 규모가 2백억원으로 감소했다. 김동현 지점장은 "그나마 우량한 기업들도 신규대출은커녕 기존 대출을 갚을 생각만 하고 있다"며 "이달 중 1백10억원의 대출금 상계신청이 들어온 상태"라고 밝혔다. 기업들이 연말을 앞두고 대출금을 서둘러 갚으려고 하는 것은 대부분의 은행들이 결산시즌에 신용평가를 다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김영동 지점장은 "신용평가를 잘 받으려고 내년 1월에 다시 돈을 빌리는 일이 있더라도 연말에 대출을 상환하려는 기업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상여금 지급 등을 위해 연말에 일시 운영자금을 빌려쓰곤 했지만 이젠 그런 기업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