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펀드가 최근 대거 순매도에 나서면서 지난 4월 말의 폭락장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국에 1천억원 이상 투자하고 있는 유럽계 대형 펀드들이 4분기 들어 거래소와 코스닥의 주요 종목을 꾸준히 매도해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고있다. 앞서 유럽계 펀드는 지난 4월말 '중국 쇼크' 당시 1조3천6백2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종합주가지수를 단기간에 20% 끌어내렸었다. 김세중 동원증권 연구원은 6일 "한국 증시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자 유럽계 자금이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럽계 펀드가 매도 분위기 주도 동원증권에 따르면 유럽계 펀드는 10월 국내 증시에서 3천2백6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영국계 자금이 2천6백43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앞장섰고 룩셈부르크 자금도 1천1백35억원을 순매도했다. 11월 들어서도 외국인은 6천억원어치를 순매도했으며,이중 상당분이 유럽계 자금이라는 게 동원증권의 분석이다. 실제 영국계 투자회사로 한국증시에 5천억원 이상 투자하고 있는 슈로더투자신탁운용은 10월 이후 현대백화점 대림산업 백산OPC KH바텍 등의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 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 역시 세양선박 한라건설 한국통신데이타 등을 집중 매도했다. 도이치은행은 LG전자 주식 1백49만여주를 8백97억원에 팔아 지분율을 8.31%에서 7.24%로 낮췄다. 대한통운 주식도 10만주를 처분,지분율을 7.0%에서 5.64%로 끌어내렸다. 김 연구원은 "최근 삼성물산을 대규모 처분한 매도 주체가 헤르메스자산운용 등 영국계 펀드로 거론되고 있다"며 "공격적인 유럽계 펀드들이 국내 주식을 상당수 처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기 비관론속 차익실현 나서 유럽계의 이탈 현상은 우선 기업 펀더멘털보다 경기 변화를 중시하는 유럽계 자금의 특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윤용철 리먼브러더스 상무는 "유럽계는 미국 자금과 달리 기업 실적보다 경기 변화에 맞춰 투자하는 특징이 있다"며 "환율의 급격한 변동으로 경기 전망에 변화가 생기자 유럽계 자금이 즉각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유럽계 경제분석 기관들이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출 둔화,내수 부진 등 한국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윤경희 ABN암로 한국대표는 "하반기 들어 유럽계에선 한국의 경제와 증시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로화 강세가 차익 실현 욕구를 확대시키는 것도 유럽계 펀드의 '셀 코리아'를 부추기는 또 다른 이유로 지적됐다. 김 연구원은 "최근 달러화에 대해 유로화가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어 미국계 자금보다는 유럽계 자금의 이익 실현 욕구가 더 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연말을 앞두고 공격적 성향이 강한 유럽계 펀드들이 차익 실현에 적극 나설 경우 국내 증시는 한 차례 더 요동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