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국내 1백대 건설사 중 인수.합병(M&A)된 곳은 모두 14개사다. 4개사는 외국자본이,10개사는 국내자본이 인수했다. 법정관리 또는 워크아웃 대상이었던 이들 건설사는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매각됐다. 이 방식은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매각가격을 높이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매각 대상 건설회사의 현금이나 자산을 이용해 회사를 인수하는 이른바 머니게임의 대상으로 전락해 회사가 다시 위기에 처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부작용이 빈발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국내 건설업계의 일부 간판급 건설사들이 M&A 시장에 나온다. M&A 전문가들은 이런 기업을 매각할 땐 공적자금 회수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한국 건설산업의 장래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싸게 팔아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해당 회사의 미래와 건설산업의 발전이라는 측면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론티어M&A의 황호승 부사장은 "건설사 매각은 국내 건설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단순히 공적자금 회수라는 측면에서만 보지 말고 산업의 중장기 육성 및 경쟁력 제고라는 차원에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산업 영향도 고려해야 해외 단기투자자금에 메이저 건설업체를 팔 경우 단기적으론 이익이 될 수 있다. 인수주체의 성격에 상관없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곳에 매각함으로써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이 같은 단순 방식이 오히려 손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건설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회사에 매각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효과,즉 고용안정 고용증대 건설산업활성화 건설산업발전 등의 이득을 고스란히 놓치게 된다. 한국건설경제협의회는 최근 '국내 건설업계 M&A 현황과 시사점 분석'이란 보고서에서 "해외 유수의 건설업체에 매각하는 것도 반드시 이익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해외 메이저 건설업체가 국내 대형 건설사를 매입하면 해당 업체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영업망 구축,금융조달 능력 강화,신기술 선진관리기법 도입 등의 효과를 얻게 된다. 반면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국내 간판 건설업체들이 이들 업체에 넘어가면 국내 건설시장의 안방자리를 내주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게다가 이런 구도에서 국내 업체들이 외국업체와의 경쟁에서 패할 경우 국내 건설산업의 인프라가 완전히 붕괴될 수 있다고 한국건설경제협의회는 우려했다. ◆건설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할 업체가 인수해야 가장 이상적인 매각구도는 공개경쟁 입찰에서 '탄탄한 건설사'가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 M&A시장에 나온 건설사를 매입하는 것이다. 해외 유명 건설업체에 매각 대상 건설사의 일부를 넘기는 것도 그리 나쁜 구도는 아니라고 M&A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인수가격이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선 그렇게 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M&A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M&A 전문가들은 따라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에서 인수업체의 업종,인수자금의 건전성,인수자금의 조달방식 등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또 해외 단기투자자금의 인수전 참여는 허용하되 반드시 건설업을 영위하는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들어오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제시하고 있다. 이는 시장점유율 확대,취약부문 보완 등을 노리는 전략적 투자자가 부족한 인수자금 조달의 한 방편으로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와 컨소시엄을 형성하는 구도다. 투자자금에 대한 정상적인 차익은 허용하지만 경영권은 가져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되살아난 건설회사를 지키고 건설산업도 발전시키자는 구상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