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무능당(無能黨),한나라당은 무조건 반대당(無反黨).' 최근 열린우리당 한 초선의원이 의원총회에서 여당과 야당의 그릇된 정치행태를 비판한 말이다. 열린우리당은 말만 내세우면서 제대로 이뤄놓은 게 없고 야당은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않은 채 반대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의 본질인 대화와 타협은 오간데 없이 오직 싸움으로 일관하는 우리 정치권의 현주소를 상징적 함축적으로 너무 잘 표현한 말이다. 이 초선의원 말대로 여당은 너무나 분명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려면 정치력이 필요한데 그 어느구석에서도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중요한 정책을 놓고 야당과 타협에 나서기도 전에 내부에서 혼선을 빚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기 일쑤다. 말로는 민생·경제 우선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국가보안법 등 지지층 결집을 겨냥한 정체성 관련법에 집착하다 민생·경제까지 놓치는 전략적 우를 범하고 있다. 여당이 경색정국을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심하기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저지하는데 당의 사활을 건다고 하면서도 정작 당론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게 한나라당이다. 그동안 수많은 내부 토론을 했음에도 갑론을박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나라당을 일컬어 '반사이익당'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스스로 정국을 주도해나갈 '카드'는 선보이지 못한채 여당의 '헛발질'만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은 대안정당이 못된다"는 자조가 당내에서조차 들린다. 정국의 한복판에 서 있는 두 거대정당이 이렇다보니 정치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여당은 야당 흉내내고,야당은 여당 흉내내는 게 문제"라는 한 정치원로의 얘기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여당은 여당답게,야당은 야당답게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는 게 급선무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