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 내 아파트형 공장을 분양받은 업체들이 무더기로 입주를 포기하고 있어 대규모 공실(空室)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6일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아파트형 공장 공급 업체들에 따르면 최근 입주를 시작했거나 앞두고 있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20여개동의 입주 예정 업체 5백개사 이상이 입주를 포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동에서는 절반 가까운 입주 예정 업체들이 분양계약을 해지하고 있어 입주 포기 업체가 전체적으로 최소 5백여개사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이 제조업체 또는 지식기업만이 입주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최근 입주한 업체들에 대해 '입주 불가' 또는 '시정' 판정을 잇따라 내리면서 입주 예정 업체 중 상당수가 계약을 해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급업체들은 계약해지 물량의 재분양에 나서는 한편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20∼50%에 달하는 입주사에 대해 무더기로 부적격 판정을 내리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며 "제조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입주 업체를 강제 퇴출시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산단공측은 "산업단지에 입주하면 취득·등록세를 면제받고 각종 정책자금을 알선받는 등의 혜택이 있기 때문에 엄격한 심사가 불가피하다"면서 "아파트형 공장을 지은 건설업체들이 서비스·유통·인터넷쇼핑몰 등을 마구잡이로 입주시키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산단공측은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3회에 걸쳐 아파트형 공장 입주 업체 1천2백69개사를 대상으로 '입주 업체 실태조사'를 벌여 5백24개사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 중 50여개사는 스스로 퇴거했고 나머지는 시정명령을 이행했다. 특히 16개사는 최근 퇴거명령과 함께 검찰에 고발조치됐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