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6일 국가보안법 폐지안의 국회 법사위 상정을 강행한 이후, 여야 대치정국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국보법 폐지안 상정의 적법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야는당분간 법리공방에 주력하는 등 갈등양상을 보이면서도 막후에서 절충을 모색하는등 `어정쩡한' 대립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한 주요 민생 관련 법안의 정기국회내 처리를 앞둔 점도여야 공히 극한투쟁을 자제하고, 정면충돌의 가능성을 연말 임시국회로 유보해 놓는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를 반영하 듯 여야 지도부는 법사위에서의 물리적 충돌에도 불구하고 이날 밤예결특위를 그대로 가동하는 등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폭풍 전야와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어차피 정기국회 회기가 7일이 되면 이틀 밖에 남지 않게 되기 때문에 국보법폐지안을 비롯한 `4대 법안'의 승부처는 연말 임시국회로 넘어갔다는 계산이 선 듯한 분위기가 여야 양쪽에서 감지된다. 열린우리당이 법사위에서 국보법을 `날치기'할 뜻이 없다고 밝혔고, 한나라당도여당의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법적 효력이 없는 해프닝으로 치부해 버렸기 때문에사태가 최악으로는 치닫지는 않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한나라당측은 법사위 직후 소집된 의원총회에서도 그 흔한 국회 의사일정보이콧이나 `장외투쟁' 방안 등은 거론조차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국보법 폐지 시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말해 폐지안의 상정 시도가 `불발'에 그쳤음을 분명히 했고, 박근혜(朴槿惠) 대표는이렇다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우리당도 상임중앙위.기획자문회의간 연석회의에서 국보법 개.폐문제의 합의처리 방침을 분명히 하고, 이를 위한 입법청문회와 국민대토론을 제안하는 등 대화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퇴로'를 마련해 놓은 상태이다. 우리당은 또 이날 심야에 원내대표단 회의를 열어 7일 한나라당 최연희(崔鉛熙)의원이 상임위원장으로 있는 법사위에 참석해 국보법을 제외한 민생 관련 안건을 신속히 심의해 처리하기로 했다고 정청래(鄭淸來) 원내부대표가 전했다. 여당의 이같은 자세는 국보법 폐지안 처리에 대한 여론의 반발과 함께 국보법문제가 이달내 본회의 통과가 요구되는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과 연계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역학관계 속에서 여야는 당분간 상호 전면전을 자제한 채 여론동향을 주시하면서 4대 입법에 대해 각각 `연내 처리'와 `결사 저지'를 외치며 힘겨루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여당이 추진하는 12월 임시국회 소집 문제가 기싸움의 중심에 설 전망이다. 여당은 사실상 단독 임시국회 소집도 불사한다는 방침이지만,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의사일정 진행은 여야 합의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양당간의 막후 조율은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여야가 예산안 처리라는 큰 부담을 정기국회 회기내에 덜게 되면 `4대 입법'을 놓고 임시국회에서 전면전을 벌일 공산이 커 보인다. 17대 국회 첫 정기국회 100일간의 대장정은 9일로 대단원을 맞는 것이 아니라 `4대 입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구도의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