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그대로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20년간 저소득층 심장병 환자들을 무료로 수술해준 공로로 한미약품과 서울시 의사회가 공동 수여하는 '한미 참 의료인상'을 최근 수상한 국립의료원 흉부외과 김병열 과장(54)은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김 과장은 "국립의료원은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병원"이라며 "경제적인 문제로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가 무료 심장수술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수술비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국심장재단의 지원을 받아 무료수술을 하는 기회가 온 것이다. "아이들이 수술을 받고 새 생명을 찾는 모습에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이 보람된 일을 앞으로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 과장은 한국심장재단과 함께 매년 15∼20명의 심장병 환자를 수술했다. 95년부터는 구세군의 후원을 받아 보다 많은 환자들의 심장병을 치료했다. 김 과장과 구세군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심장박동을 되찾은 환자는 3백69명에 이른다. 김 과장은 99년부터 해외 심장병 어린이를 초청해 수술하고 있다. 중국 조선족 어린이 44명을 비롯 지금까지 70여명의 해외 어린이들을 수술했다. 앞으로 북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심장병 수술에 나설 계획이다. 김 과장은 "매 분기 고아원을 비롯한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해 무료진료를 하고 있다"며 "돈이 없어 미처 피지도 못한 채 저버리는 생명을 구하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