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혁신만이 다윗의 지혜를 줘서 골리앗 시장에서의 성공열쇠를 안겨준다 일개 사단과 일개 소대가 맞대결을 하면 누가 이길까. 상식적으론 당연히 사단이 이길 것이다. 그러나 혁신적인 관점에선 소대가 사단을 이길 수도 있다. 소대가 게릴라 부대라면 가능하다. 게릴라 소대는 먼저 사단을 쳐들어가 풍비박산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단에서 먼저 쳐들어오면 땅굴이나 산 속으로 흩어져 어느새 도망을 쳐버릴 것이다. 이런 싸움을 두고 흔히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이라고도 한다. 기술혁신시대에 들어서면서 다윗이 골리앗을 꺾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종업원 40명의 엔지니어링 회사가 거대한 엔지니어링 회사들과 맞붙어 이기는 경우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 석학 피터 드러커는 이 같은 기술혁신시대에 싸움을 거는 방법은 네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전면전,둘째는 유인(誘引)전,셋째는 틈새전,넷째는 고객창조전이다. 이 네가지 전략에서 중소기업이 먼저 시작할 수 있는 것은 틈새전이다. 거대기업은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다 거대한 몸집 때문에 옴짝할 수 없이 끼어버릴 수 있다. 이런 약점을 틈타 첨단기술을 가진 소규모기업이 틈새 깊숙이 들어가 대박을 터뜨리곤 하는 것이 요즘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 다음으로 시작할 수 있는 전술이 유인전이다. 이는 중소기업이 혼자의 힘만으로 시장을 형성시키기 어려울 때 쓰는 것이다. 대기업을 끌어들여 광고 등을 통해 시장을 형성하면 중소기업은 차별화정책으로 자기시장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유인전 다음으로는 고객창조전을 펴야 한다. 고객창조전이란 고객의 다양한 옵션을 충족시켜주는 전술을 말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매출규모를 작게 잡아놓았기 때문에 소수의 고객들이 원하는 옵션도 수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자신감에 차있더라도 거대기업과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때문에 전면전을 벌이지 않고도 전체 시장을 먹어버릴 수 있다. 문제는 시장이 그렇게 호락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중소기업은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는 사원들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들이 창조적인 기술을 개발해낼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일본의 중소기계업체인 산요기기를 예로 들어보자.이 회사의 2층 사무실에는 '싱킹룸'(Thinking Room)이라는 방이 하나 있다. 이 룸엔 전화나 컴퓨터 등 통신기기가 없다. 휴대폰을 갖고 들어갈 수도 없다. 덕분에 여기서는 외부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된다. 사장이 불러도 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종이와 필기도구만 들고 들어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창의적인 발상에만 몰두할 수 있다. 한 두시간이 아니라 며칠씩 나오지 않아도 근무로 인정해준다. 산요기기는 이 싱킹룸을 통해 사원들의 창의력을 존중해준 덕분에 일본에서도 최첨단 기술기업으로 자리잡게 됐다. 그러나 국내 중소기업계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가운데 게릴라식 경영전략을 도입한 기업은 11.4%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말하는 게릴라식 경영전략은 △멀티업무 수행능력자 양성 △탈(脫)연고주의 △경쟁 제일주의 △인재적재적소 배치 등을 말한다. 중소기업이 혁신을 하려면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전략팀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략팀은 단지 기획안을 만들거나 건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능력까지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해외 경쟁사의 신제품과 신사업을 파악하지 않고서는 혁신이 불가능하다. △국외 경쟁사의 주기적 동향보고 시스템 △국내 경쟁사의 시장점유율 분석 △잠재적 경쟁 상대의 출현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고객의 충성도를 조사해 봐야 한다. 이때 간과하면 안되는 게 있다. 지나치게 과거에 집착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오직 미래를 내다보고 스스로를 평가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은 남다른 전략으로 시장을 확보하고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산업 발전에 이바지했고 내년에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10개 기업을 2004년도 우수혁신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올해 '우수혁신기업 베스트 10'은 청우네이처 도원엔지니어링 레인콤 한솔홈데코 퍼시스 웅진코웨이개발 삼양감속기 새턴바스 가우디환경 한국도자기 등이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