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처리 유보 배경=천정배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법사위에 상정된 국보법폐지안의 연내처리를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여권 내부에서 제기됐던 국보법 분리처리론을 수용한 것이다. 국보법에 매달릴 경우 사립학교법 등 나머지 개혁입법은 물론 민생·경제법안 처리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는 변칙상정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면서 적극적인 대국민 설득을 위해 시간을 벌겠다는 의미도 담겨있는 것 같다. 전략적 후퇴인 셈이다. ◆당내 노선투쟁 본격화하나=이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 자유토론에서 강경파인 임종인 의원은 "(국보법 상정은)1925년 일제하 치안유지법이 생긴 이래 80년만의 쾌거"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곧이어 발언권을 얻은 안영근 의원은 작심한듯 "(천 대표가 국회법 변칙처리를 주도했던)4년 전 같이 날치기 상정했으나 성과가 없었다"고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안 의원은 "천 대표는 4대 개혁입법의 회기내 처리를 공언해놓고 법안들을 졸속으로 진행해왔다"며 "정기국회가 끝나면 책임져야 한다"고 인책론까지 거론했다. 이에 우원식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너 한나라당으로 가!"라고 비난했고 의원석에서 "무슨 날치기야" 등의 고함이 이어지면서 회의장이 어수선해졌다. 장외격돌도 이어졌다. 386 운동권 출신인 정봉주 의원이 "날치기가 말이 되느냐"며 "?오줌 못가리고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비난하자 김부겸 의원이 "국민들 사이에 그런 시각이 있다는 것도 들어야지"라며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되는 게 아니야"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자식''임마''미친 ?' 등의 원색적인 욕설도 오갔다. 이번 싸움은 정책과 이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순히 일회성 돌출행동이라기보다는 노선투쟁 성격이 짙다. 안 의원이 의원 30여명이 가입돼 있는 안개모의 주도자인데다 모임이 국보법 폐지에 반대해 왔다는 점에서 모임의 분위기를 대변한 성격이 강하다. 여기에 김부겸 의원 등 일부 중진도 "국민여론을 살피며 가야 한다"면서 개혁 속도조절론을 제기해온 터여서 세대결양상으로 흐를 개연성도 다분하다. 특히 1가구 3주택 양도세 중과,출자총액 제한 등 각종 경제정책을 놓고도 입장차가 크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재창·박해영 기자 leejc@hankyung.com